25일 오후 6시경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구내. 을지로 3가에서 동대입구 방향 승강장 끝부분에는 젖먹이 아이를 업은 30대후반의 여자 5,6명과 대여섯살이 채 안돼보이는 아이들 1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중 5명은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에 있다가 조직원들과 함께 이 곳으로 나왔다. 앵벌이 조직원들이 모여들 무렵 에스컬레이터 끝부분과 승강장이 만나는 양쪽 지점에는 30대 전후반의 건장한 남자 2명이 자리를 잡고 앉아 오가는 승객들의 움직임을 빠짐없이 주시하고 있었다.
이들은 경찰이나 지하철 수사대의 접근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는 ‘망꾼’으로 한편으로는 대열을 이탈하는 아이를 감시하는 일도 맡고 있다.
한시간여가 지난 오후 7시. 앵벌이 소년에서 ‘엄마’또는 ‘이모’로 불리는 여자조직원들만 남고 아이들은 순서대로 전동차에 투입됐다. 전동차 3칸씩을 배정받은 아이들은 퇴근시간대 혼잡한 틈바구니를 뚫고 손님들의 무릎에 기계적으로 껌을 올려놓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승객들은 아직 초등학교에도 입학하지 않았을 어린 아이들이 껌을 파는 것을 측은하게 여겨 대부분 껌은 받지 않고 적게는 3백원에서 1천원씩을 바구니에 넣는다. 심심치않게 1만원짜리 지폐를 건네는 신사나 아주머니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3호선 종착역까지 서너 차례를 오간 아이들은 2시간여가 흐른 뒤 다시 충무로 역에 집결한다. 아이들이 전동차 속으로 사라진 이후 역 밖으로 나갔던 30대 후반의 여자들은 약속된 시간이 가까워오자 다시 이곳에 나타난다.
어깨에 둘러 멘 돈가방에서 수북이 동전들을 회수한 조직원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총총히 역 밖으로 사라진다.
이들이 충무로역을 거점으로 삼는 이유는 충무로역이 지하철 수사대의 순찰이 가장 뜸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 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