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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4명 아파트 20층서 동반 투신자살

입력 | 1998-03-26 06:49:00


여중생 4명이 친구들에게 호출기 음성메시지로 자살을 예고한 뒤 아파트 20층으로 올라가 함께 뛰어내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5일 오후 6시10분경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1동 20층짜리 H아파트 123동 2004호앞 복도에서 임모양(15) 등 J여중 3학년생 4명이 60여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뛰어내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 이모씨(51)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사고직후 인근 동산병원과 강북성심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임양은 사복을 입었고 나머지 여학생 3명은 교복과 신발을 복도에 가지런히 벗어놓은 채 속옷차림으로 투신했다.

▼목격자 진술〓이날 저녁 이들과 함께 있던 친구 S여중 윤모양(15)에 따르면 숨진 여학생들은 이날 오후 5시반경 함께 학원에 가기 위해 이 아파트 123동 ×××호 임양집에서 학원 친구인 남학생 4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갑자기 이모양(15)이 “나 세상살기 싫다”고 말했다는 것.그러자 나머지 여학생 3명도 “그러면 우리도 죽겠다”고 동조했다.

이들은 갑자기 “따라오지 말라”며 집을 뛰쳐나가 남학생 2명의 만류를 뿌리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으로 올라갔다.

곧바로 다른 남학생 2명이 임양 등을 붙잡기 위해 계단으로 뒤따라 올라갔으나 이미 임양 등은 투신한 뒤였다.임양의 아버지는 수감중이고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중이어서 임양의 집에서 친구들이 자주 어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동기〓임양 등은 ‘아빠의 술주정이 싫다’ ‘세상이 살기 싫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 4통을 임양의 책상서랍 등에 남겼다.

이들은 또 이날 오전 친구 김모양(15)에게 음성사서함을 통해 자살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긴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숨진 여학생중 이양과 송모양(15)이 이날 0시경 임양집에서 각각 수면제 10알씩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으나 오후 5시경 깨어났다는 친구 김모양(15)의 진술과, 이들이 평소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 점으로 미뤄 자신들의 불우한 처지를 비관해 동반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원홍·이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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