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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의 계절/동물]소리 냄새 색깔등 「재주」 총동원

입력 | 1998-03-25 08:16:00


‘짝짓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시골처녀 봄바람 나듯이 겨우내 움츠렸던 동물도 털고 일어나 저마다 짝을 찾아 ‘구애작전’에 나선다.

동물이 파트너를 유혹하는 수법을 보면 노래 춤 냄새 색깔 등 각자 타고난 재주가 있다.

개구리 매미 귀뚜라미 새는 노래를 한다. 우는 것은 모두 수컷이다. 논바닥에 개구리가 모여 ‘개골개골’ 합창을 하는데 목청 큰 수놈이 암컷의 마음을 얻는다. 매미도 아무렇게나 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소리치지 않고 교대로 울어 암컷에 자기 위치를 알린다.

가시고기 수놈은 배가 불룩한 암컷을 발견하면 지그재그로 춤을 춘다. 어지러운 춤에 취해 암컷이 따라오면 ‘신방’으로 유인한다.

나방 수컷은 강한 자석에 끌리듯 암컷이 풍기는 냄새(페르몬)만 맡고도 2∼3㎞ 떨어진 짝을 찾아 간다. 포유류도 대부분 애인과 의사소통을 할 때 후각에 의존한다.

수퇘지는 구애할 때 침을 자기 몸에 발라놓는다. 암퇘지는 이 냄새만 맡고도 미칠 듯이 흥분한다. 수컷이 암컷의 몸에 자기 오줌을 바르면‘이건 내것’이라는표시다.

공작새는 화려한 색상으로 암컷을 사로잡는다. 조류의 세계는 인간과 달리 수컷이 몸치장을 해서 암컷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한다.

거미와 전갈은 ‘연애’에 생명을 건다.

거미는 암컷이 수컷보다 덩치가 크기 때문에 잘못 접근하면 적으로 오인당해 목숨을 잃는다. 수컷 거미는 벌레를 한마리 잡아 암컷에 뇌물로 바친 다음 암컷이 선물을 뜯어보는데 열중할 때 재빨리 거미줄로 암컷을 포박한다. 그후 암컷을 포옹하고 생식기에 정액을 뿜어낸 후 황급히 달아난다. 동작이 굼떠 잡히면 마누라에게 잡아먹힌다.

펭귄의 짝짓기는 한 편의 연극이다.

수컷이 돌멩이를 한 개 주워 입에 문다. 그러고는 혼자 서있는 동족에 아장아장 걸어가 엄숙하게 돌멩이를 내려놓는다. 상대방이 화를 내면 같은 수놈이다. 실수한 것이다. 딴청을 부리면 암놈이지만 아직 교미할 준비가 안됐다는 뜻이다. 수컷은 퇴짜맞은 돌멩이를 다시 주워 다른 파트너를 찾아간다. 선물을 받고 큰 절을 하는 상대를 만나야 비로소 배필을 찾은 것이다. 이 때 수컷도 인사를 한다. 그리고 둘은 목을 길게 빼면서 결혼축하 합창을 한다.

연어의 사랑법은 처절하다.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수천리 먼 길을 찾아온 연어들은 암수가 역할을 나눈다. 암놈은 자갈 틈에 산란 장소를 찾는다. 수놈들은 옆구리를 맞대고 서로 턱을 물고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벌인다. 물이 너무 얕기 때문에 수면 위로 튀어오르는 놈도 있다.

마침내 이긴 놈은 자갈 속 웅덩이를 차지한다. 암놈이 승자 곁으로 다가온다. 곧이어 알과 정액이 쏟아져 합쳐진다. 한바탕 의식을 치른 연어 부부는 움직일 힘도 없다. 강상류쪽으로 머리를 나란히 하고 최후를 맞는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처럼 치열한 투쟁을 벌였던 수백만 마리의 연어중 단 한 마리도 바다로 돌아갈 수 없다.

한국교원대 박시룡교수(동물행동학)는 “봄에 동물의 생식호르몬 분비가 왕성하고 먹이가 풍부한 여름에 새끼를 키우려면 봄에 사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3, 4월에 짝짓기를 하는 동물이 많다”고 말한다.

〈김학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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