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MC 뮤지컬배우 화가 글쟁이 술꾼 ‘연애쟁이’….
조영남(54). 이력서의 빈칸이 모자란다.
30여년간 다채로운 얼굴로 대중문화판의 이야기꾼이자 ‘안줏감’이었던 그가 28일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상에서 ‘조영남과 팝아트’를 연다. 서울대 회화과에 다니면서도 노래를 끼고 살던 김민기(극단 학전대표)의 주선으로 마련된 당시 그림을 껴안고 지내던 음대생 조영남의 73년 첫 전시회 이후 이번이 11번째.
미술이력의 시작과 함께 그가 줄곧 매달려온 소재는 화투 바둑 바구니 깃발 등 일상적 소재들이다.
평론가 오광수는 “조영남의 음악은 밖으로 드러나는 수단인 반면 그림은 내면적 작업”이라며 “일상적 소재는 강한 현실감각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초창기 시절의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출품된 1백여점 가운데 ‘시인 이상을 위한 지상최대의 장례식’은 이상의 초상화를 중심으로 수백개의 화투짝이 등장한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는 바둑판 사이로 빛바랜 초상화가 겹쳐진다.
“흑싸리 껍데기에서 삼팔광땡까지 등장하는 화투만큼 천차만별의 사람과 세상사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소재는 없다. 조영남이 피카소나 다른 유명화가가 될 수도 없고 따라갈 필요도 없는 게 아니냐.”
본인 말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화투를 작업의 소재로 삼은 조영남의 화투 시리즈는 “화투짝을 왜 벽에 붙여. 미술 맞아?”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미술의 생명은 독창성이다. 누구를 따라하거나 흉내내기는 싫다. 그렇다고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해할 수 없는, 물과 기름처럼 사람들과 만날 수 없는 미술은 내가 싫다.”
대중성. 이말이야말로 그의 오십평생의 궤적을 결정해 온 조타수나 다름없다.
서울대 음대 시절 재능있는 성악가 재목으로 꼽혔던 그는 클래식이 따분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68년 미8군에서 노래를 부르며 ‘딴따라’ 생활을 시작했고 사람과 박수 속에서 행복했다.
변변한 히트곡 하나 없지만 “이 세상에 있는 히트곡이 바로 나의 히트곡”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78년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예쁜 여자를 보고도 설교 내용을 계속 기억할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조영남은 화투 연작을 위해 아마도 수백 모의 화투를 샀겠지만 정작 본인은 화투를 못친다. 바둑도 검은 돌, 흰돌 수준이다.
그러나 술과 연애실력, 여복(女福)은 남다르다고 자부한다. 탤런트 윤여정과 백은실. 두번의 결혼과 두번의 이혼. 첫 이혼 뒤 앞으로는 여자와 절대 싸우지 않고 헤어지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이제는 남의 아내가 된 백은실과 그의 남편, 조영남이 지난해 말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만났고 ‘즐겁게’ 헤어졌다. 한창 열애설이 돌고 있는 탤런트 이경진에 대해서는 “좋은 친구로 생각하지만 결혼상대로 여긴 적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욕할지 몰라도 적어도 나는 내 감정에 충실합니다. 뒤꽁무니로 나쁜 짓하면서 오리발 내미는 게 더 웃기는 일 아닌가요.” 그는 “직업도 사랑도 자연스러운 감정에 맡기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전시회는 4월16일까지. 02―730―0030(갤러리 상)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