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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판사비리 수사]『면죄부』 비난여론 많아

입력 | 1998-03-23 21:00:00


23일 검찰 수사결과를 통해 밝혀진 의정부지원 판사들과 변호사들간의 돈거래와 향응제공 등 이른바 ‘의정부 커넥션’은 우선 그 규모면에서 충격적이다.

검찰 수사결과 변호사들에게서 돈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판사는 모두 15명. 변협에 징계요청된 변호사 6명을 포함, 관련된 변호사만도 14명이다.

검찰수사로 이번 사건의 핵심이 이순호(李順浩)변호사의 개인비리가 아니라 의정부지역 법조계 전체의 비리 커넥션이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검찰 조사결과 변호사들은 명절 떡값 여름휴가비 사무실운영비 해외유학준비금 등 갖가지 ‘인사’명목으로 판사들을 유혹했고 판사들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수십차례에 걸쳐 20만∼30만원의 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해서 판사 한사람이 2년동안 변호사들에게서 받은 돈은 1백40만원에서 9백30만원. 그리고 ‘아무런 조건도 없이’ 수천만원에서 1억원이 개업자금이나 전세금 명목 등으로 오고 갔다. 이같은 내용은 계좌추적 결과로 확인된 것으로 현금 등으로 실제 오간 돈은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현직 판사들의 인사이동을 축하하는 술자리나 전관들의 개업축하연 등 판사가 나타나는 자리는 어김없이 ‘물주’인 변호사들의 영업기회로 활용됐다.

검찰은 “이들간에 구체적인 청탁은 없었지만 ‘앞으로도 잘봐달라’는 취지가 포함됐다고 볼 수 있는 만큼 15명의 판사 전원에게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이들을 바로 기소하지 않고 법관징계위원회의 징계나 사표수리 결과에 따라 기소유예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전례없는 편법으로 돌아섰다. 법원과의 관계를 지나치게 의식한 ‘봐주기’라는 지적이다.이는 뇌물을 수수한 다른 일반 공무원의 경우 먼저 재판이나 검찰의 사법처리를 받은 뒤 해당관청의 징계를 받는 관례에 비춰 형평을 잃은 지나친 선처라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은 또 현직 판사를 기소하는 사법사상 초유의 일만은 막아달라는 대법원측의 요청에 따라 ‘선징계회부 후사법처리’방향을 사전에 조율해 죄질이 나쁜 판사 2,3명을 재판에 회부하자는 일부 수사검사들의 의견을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들을 고발한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검찰의 조치는 판사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편파수사”라며 “검찰이 이들을 재판에 넘기지 않을 경우 서울고검에 항고하고 헌법소원을 내는 등 가능한 모든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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