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이 취재진의 눈을 피해 수감자 통로와 마약혐의자 조사실을 거쳐 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에 도착한 시간은 20일 오후3시45분경.
검찰 직원은 권전부장이 가져온 가죽가방을 받아 열어봤다. 의약품과 성경책 옷 등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수사는 곧바로 시작됐고 권전부장은 담담하게 조사에 응했다. 권전부장은 이대성(李大成)전안기부해외조사실장을 통해 재미교포 윤홍준(尹泓俊)씨에게 기자회견을 하도록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그 대가로 두차례에 걸쳐 25만달러를 주도록 했다는 진술도 했다.
밤9시경. 권전부장은 수사진에게 “예배를 볼 수 있게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했다. 수사관 1명만 조사실에 남았다.
권전부장의 변호인단에 따르면 권전부장은 가방에서 성경책을 꺼내다 길이 10㎝ 가량의 문구용 칼날을 우연히 발견했다. 권전부장은 성경책과 함께 칼날을 집어 웃옷 안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10여분에 걸친 기도를 마친 뒤에도 권전부장의 자세는 변화가 없었다. 다만 윤씨에게 기자회견를 지시한 동기나 다른 배후인물에 대한 질문에 “국가기밀이므로 대답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1차 조사가 끝난 21일 오전 4시경. 자신의 진술조서를 읽어본 권전부장은 일부 진술내용의 수정을 요구했다.
오전 4시40분. 권전부장은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약 5분 후. 화장실에서 신음소리가 새나왔다. 곧바로 변기의 물통뚜껑과 세면대가 부딪치는 파열음이 들렸다.
수사관이 화장실문을 열자 권전부장은 배를 움켜잡은 채 넘어져 있었고 화장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부형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