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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사활건 정쟁 유발… 권영해씨 조사중 자해계기

입력 | 1998-03-22 19:53:00


‘북풍(北風)비밀문건’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의 자해사건을 계기로 신여권과 구여권간의 사활을 건 정쟁(政爭)의 양상으로 변모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22일 비밀문건 내용 중 국민회의 관련부분에 대해 ‘조작’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문건공개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서 북풍사태에 따른 여야관계는 새로운 경색국면에 접어들었다.

국민회의는 권전부장의 자해를 일단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규정, 윤홍준(尹泓俊)씨기자회견 등 북풍공작의 실체규명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북풍공작의 실체를 밝혀내려는 작업이 수구저항세력의 끈질긴 은폐기도로 저항받고 있다”며 “그러나 북풍공작의 진실을 파헤치는 노력은 중단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도 “정보기관의 총책임자로 북풍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권전부장이 저지른 자해행위는 현명치 못하다”며 “앞으로 검찰수사를 지켜보면 그가 왜 자해를 기도할 수밖에 없었는지가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권전부장의 자해사건을 ‘분명한 자살기도’라고 규정, “국민회의측이 비밀문서의 본질인 여권핵심부의 관련의혹이 증폭되자 이를 축소은폐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긴급주요당직자회의를 열어 23일 국회 본회의와 정보위 법사위 등 관련상임위를 소집해 관계 각료들을 대상으로 비밀문건의 진상을 추궁하는 등 전면적인 대여(對與)압박공세를 펼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23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국정조사권의 발동문제를 논의하는 한편 ‘북풍 및 언론조작 진상조사위’를 ‘국민회의 대북(對北)커넥션 진상조사위’로 명칭을 바꿔 권전부장과 이대성(李大成)전안기부해외조사실장 등 관련자들의 직접면담을 추진키로 했다.

이같은 여야의 강경자세에는 사태의 발전방향에 따라 각 정파가 회복불능의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깔려 있어 자칫 새로운 ‘색깔논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과 문희상(文喜相)청와대정무수석은 이날 회동을 갖고 권전부장의 자해사건을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권전부장에 대해 곧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김원치(金源治)서울지검 남부지청장은 이날 “권전부장이 1차 피의자 진술서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이미 김대중(金大中)후보를 비방한 윤홍준씨의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지시한 증거를 확보해 언제든지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원에서 권전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더라도 치료시간을 주기 위해 영장집행은 유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검찰은 권전부장이 구속된 이대성전실장이 북풍공작에 가담한 안기부 관련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북풍공작관련 문건을 만들어 정치권에 전달하는 것을 알고도 묵인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권전부장으로부터 윤씨의 기자회견을 사주한 혐의로 구속된 이전실장을 통해 윤씨에게 지난해 12월7일과 13일 두차례에 걸쳐 안기부 공금 25만달러를 주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전실장은 이중 21만9천달러는 윤씨에게 주었으나 3만1천달러를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3만1천달러의 용도를 밝히기를 거부하면서도 이실장이 또 다른 ‘북풍공작’을 위해 사용했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검찰은 윤씨 기자회견 사건과 관련, 박일룡(朴一龍)전1차장과 이병기(李丙琪)전2차장은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소환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검찰은 안기부가 북풍공작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 박, 이전차장을 소환해 밀입북한 오익제(吳益濟)씨 편지사건 등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다.

〈이동관·하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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