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나타났듯이 우리나라는 총체적 개혁, 즉 모든 분야에서 개혁을 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경제개혁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위기극복과 함께 매우 중요한 것이고 경제개혁의 중심은 재벌개혁이다. 결합재무제표는 이러한 재벌개혁을 위해 꼭 필요한 수단이다.
우리나라의 재벌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기업형태이면서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재무제표가 없어 재벌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러한 기업의 투명성은 IMF위기에서 특히 요구되었던 과제다.
▼ 투명성확보 신뢰회복 도움
결합재무제표가 작성되면 지금까지의 회계정보와 다른 정보가 알려진다.
첫째, 재벌단위로 회계정보가 집계되어 재벌의 내용을 알 수 있게 된다.
둘째, 재벌의 규모가 과대하게 부풀려 있던 거품을 줄이는 계기가 된다. 즉 계열회사간의 내부거래가 모두 제거되어 매출액 총자산 당기순이익 등이 크게 감소한다.
셋째, 상호지급보증내용, 계열회사간의 내부 매출 매입거래, 내부 채권 채무액 등도 별도로 표시하여 재벌기업의 활동을 훤히 알 수 있다.
넷째, 일부 계열사에 문제가 있어 전체 재벌이 파산하는 연쇄도산에 대해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한다. 한보 기아그룹 등 많은 재벌기업의 도산도 결합재무제표가 일찍이 작성되어 공표되었다면 파산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재벌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도 정확해졌을 것이다.
결합재무제표와 연결재무제표는 계열회사의 재무제표를 통합하고 내부거래를 제거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연결재무제표의 경우 반드시 다른 회사를 50% 초과하여 주식을 소유할 경우에만 작성하나 결합재무제표의 경우 50% 미만의 주식을 소유하더라도 실질지배력을 가지면 작성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결합재무제표의 역사는 1940년대 미국의 회계기준이었던 회계연구공보 No.51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연결재무제표 작성만으로 충분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처럼 가족경영형태의 재벌기업의 경우에는 연결재무제표가 부적합하고 결합재무제표가 타당하다.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한 재벌그룹 안에 4,5개씩 작성되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재벌기업에서도 70년대말부터 대우 삼성 LG 그리고 최근에는 현대그룹에서 영문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여 해외에 배포하고 있다. 이들이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목적은 해외홍보 해외기채 등 자금조달, 그룹전체 파악을 위한 것이다.
결합재무제표의 작성을 위해서는 지주회사제도의 도입이 전제조건이다. 결합재무제표의 작성에는 작성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지주회사가 작성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별도로 지주회사를 만들어 이 지주회사가 여러 계열회사를 거느리는 순수지주회사 제도가 적절한 형태다. 그래서 회장실이나 비서실은 순수지주회사로 흡수하면 될 것이다.
한편에서 지주회사 제도가 재벌기업형태를 더욱 강화하는 제도라는 우려도 있지만 재벌이 새롭고 건전한 대기업형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더구나 외국에서 모두 인정하는 지주회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마지막으로 결합재무제표의 시행에 앞서 몇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첫째는 실질지배력의 질적 판단기준이다. 실질지배력은 주주총회의 지배권 인사권 재정권 등으로 알 수 있는 경영권 행사의 문제다.
▼ 지주회사제도 도입돼야
둘째는 실질지배력의 양적 판단기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지배의 소유관계가 친인척 및 위장분산에 의한 주식소요 등으로 얽혀 있어 상당한 문제가 있다.
셋째는 누가 결합재무제표에 포함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이다. 분쟁의 소지가 있어 관련회사도, 회계감사인도 결정하기 어렵다. 앞으로 창설될 금융감독원에서 사전에 매년 그룹별로 결합재무제표에 포함될 회사를 선정하여 통보하면 될 것이다.
남상오(서울대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