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여소야대’ 구조이던 미국 하원은 96년 연방정부예산을 회계연도 시작(10월1일)에서 거의 7개월이나 지난 96년 4월25일에야 통과시켰다.
드문 경우였지만 균형예산을 둘러싼 소수 여당과 다수 야당의 격돌로 연방정부의 기능은 두 번이나 중단됐으며 서울의 미국문화원도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러나 1955년 아이젠하워대통령 취임 이후 43년 중 미국의회는 29년이 ‘여소야대’인데도 이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 공화당 55, 민주당 45석인 상원이나 공화당 2백21석, 민주 2백10석인 하원은 모두 ‘여소야대’다.
지난해 가을 무역협상 신속처리권한법안을 놓고 여야가 격돌하자 빌 클린턴대통령은 표결 전날 밤 여야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했다. 미 정국을 슬기롭게 끌어가는 비결의 하나는 ‘대통령의 설득력’이다.
의원들의 교차투표(Cross Voting)가 뿌리내린 탓도 있지만 정책 법안이 올바른 것이기만 하면 소신껏 대통령의 설득에 따르는 야당의원들이 줄을 선다. 각 의원의 찬반표결 내용 또한 즉석에서 공개된다.
우파대통령이 있는 프랑스 역시 하원 구성은 좌파연합 3백19석, 우파연합 2백57석으로 압도적인 ‘여소야대’다.
5공화정 들어서만도 86년, 93년에 미테랑대통령은 두 번씩이나 여소야대 구조에서 야당내각과 ‘동거(코아비타시옹)’했다.
개성 강한 프랑스인답게 티격태격하는 일도 많지만 외교 국방 대외경제 등 국익문제에 관해서는 여야가 흔쾌히 협력한다.
새 정권의 출범 첫날 제동을 건 한국의 여소야대와는 다른 모습이다.
김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