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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이훈/「IMF팀」들 눈물겨운 투혼

입력 | 1998-02-04 19:42:00


‘IMF팀’들의 투혼이 눈물겹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지만 이대로 쓰러질 수 없다는 오기로 뭉친 선수들. 관중석 한쪽에서 이들에게 성원을 보내는 ‘일터를 떠난 사람들’…. 한겨울 경기장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팬과 선수들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고려증권 배구팀 박삼룡(朴三龍·30)선수는 올겨울 한차례도 집에 들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중순 모기업의 부도 소식을 접한 뒤 줄곧 합숙소에서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아내와 일곱살, 네살배기 아이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리지만 이런 때일수록 더 악착같이 뛰어야한다는 생각에 한밤중에도 코트에 나가 연습을 한다. 프로농구 나산 플라망스의 황유하(黃有夏·43)감독은 요즘 “얼마나 고생이 심하기에 입술까지 부르텄느냐”는 인사를 자주 받는다. 나산의 부도 이후 코치없이 혼자 선수단을 이끌면서 피로가 쌓였기 때문이지만 그는 그저 웃어 넘길 뿐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몸이 아파도 내색조차 않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산의 15명 선수들은 대부분 기업은행팀에 몸담고 있다가 96년말 팀의 해체로 유니폼을 바꿔입은 선수들. 때문에 모기업의 부도 소식은 또 한번의 충격이었다. 선수들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로 똘똘 뭉쳤다. 이후 나산의 경기는 ‘전투’ 그 자체다. 눈에는 독기가 번득이고 볼을 잡기 위해 몸을 내던진다. 한라 위니아는 모기업의 부도로 팀 해체설이 나도는 가운데 최근 한국아이스하키리그에서 감격의 우승컵을 안았다. 요즘 추운 날씨에 오갈데 없는 실업자들이 몰리는 곳도 바로 경기장이다. 이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서너시간 전부터 관중석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경기장은 부도 회사에 몸담았던 선수와 직원의 ‘투지와 재기의 장’이 되고 있다. 〈이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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