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11시 프랑스 노동부산하 국립직업알선협회(ANPE)의 파리 15구 사무소. 남들은 벌써 주말기분을 내고 있을 금요일인데 20,30대 실업자 6명이 풀죽은 모습으로 구직신청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류에 희망직종 등 20여개 항목을 기입, 제출한뒤 순서에 따라 상담자와 면담을 시작했다. 이 사무소에서 접수하는 구직건수는 하루 평균 30여건. 전국 9백여개 사무소의 구직신청을 모두 합하면 연간 6백만건을 넘는다. 전국의 구인 구직정보를 갖고 있고 직장을 알선해주는 ANPE가 96년 기업으로부터 받은 구인신청은 1백10여만건. 당사자들의 조건이 맞아 실제로 취업이 이루어진 경우는 70여만건으로 신청건수의 11.7%에 불과하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말 실업률은 12.4%, 실업자수는 3백16만여명이다. 특히 25세이하 경제인구의 실업률은 24.3%로 네명중 한 명이 일자리가 없는 상태여서 최대의 사회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프랑스가 실업보험 최저생계비 보조 가족수당 등 뛰어난 사회보장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도 실업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근본 이유는 일자리가 늘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 기업 대부분이 ‘초과인력’을 고용하고 있다는 점도 프랑스 실업문제가 잘 안 풀리는 중요한 요인중 하나. 공기업은 물론 민영화된 기업들도 대부분 공기업의 유산인 초과인력을 그대로 안고 있다. 경기가 좋아져도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그동안 실업자에 대한 지출을 확대해 그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정책을 펼쳐왔다. 70년대초 1백억프랑에 불과하던 고용관련 예산은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이 무려 14년간 집권한 80,90년대에 급증, 연간 3천억프랑(약 80조원)을 넘어섰다. 지금도 이 예산의 약 42%(33조6천억원)는 실업수당에, 30%는 직업교육비에 투입되고 있다. 이같은 사회보장 측면의 정책은 실업자도 구제하지 못하고 반면에 엄청난 재정적자만 초래해 국가재정이 흔들리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파리〓김상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