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84〉 열 명의 애꾸눈이 젊은이들이 사는 곳으로 나 역시 애꾸눈이가 되어 되돌아온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비로소 모든 것을 깨달았습니다. 열 명의 젊은이들이 하나같이 왼쪽 눈을 잃게 된 내력과 밤마다 그들이 얼굴에 검댕을 칠하며 우는 사연을 말입니다. 그리고 마흔 번째 방문을 열어서는 안된다고 했던 공주들의 당부를 어기고 기어이 그것을 열어본 결과 나는 모든 것을 일순간에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사실도 말입니다. 이제 다시는 그 사랑스런 공주들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정말이지 나는 땅이 꺼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열 명의 애꾸눈이 젊은이들이 나를 향하여 말했습니다. “당신도 결국 우리와 똑같은 신세가 되고 말았군요! 그러니 우리가 뭐라고 합디까? 우리들의 신세나 한쪽 눈을 잃어버린 내력에 대해서 물어서는 안된다고 하지 않았소? 당신의 궁금증이 모두 풀리는 순간 당신도 화를 입어 우리처럼 애꾸눈이가 된다고 하지 않았소?” 그들이 이렇게 말했지만 나는 내 앞에 펼쳐진 이 어처구니 없는 현실 앞에서 무어라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애꾸눈이 젊은이들은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우리도 당신처럼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맛보며 살았지요. 세상에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가장 향기로운 술을 마시며, 그리고 세상에 다시 없이 아름다운 처녀들의 무릎을 베고 잤지요. 그러나 단지 하루를 참지 못하여 그 모든 즐거움을 영원히 잃어버리고 말았지요.” 그제서야 나는 애꾸눈이 젊은이들을 향하여 말했습니다. “그래요. 단지 하루를 참지 못하여 나도 여러분들처럼 애꾸눈이가 되어 돌아왔어요. 이렇게 된 바에야 나도 여러분들처럼 검댕을 담은 쟁반을 앞에 놓고 얼굴을 시꺼멓게 칠하고 싶소. 나를 여러분들 틈에 끼워주시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젊은이들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건 절대로 안됩니다! 몇 달 전에 당신을 떠나보내면서 우리는 분명히 말했소. 당신이 불행한 꼴을 당한다 할지라도 우리들로서는 당신을 두번 다시 이곳에 머무르게 할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그러니 냉큼 물러가시오!” 그러한 그들에게 나는 눈물로써 애원했습니다. 그러나 소용없었습니다. 그들은 기어이 나를 쫓아내고 말았습니다. 젊은이들로부터 쫓겨난 나는 더없이 무거운 마음을 안고, 눈에는 가득히 눈물이 괴어 정처없이 길을 떠났습니다. 나는 여러 도시와 마을을 지났습니다만 가는 곳마다 문전박대를 받아야 했습니다. 왼쪽 눈이 없는 애꾸눈이는 재앙을 가져온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나의 고생은 끝이 없었습니다. 거친 대지와 황무지를 떠돌면서 나는 그 옛날 내 손으로 죽인 아름다운 젊은이와 이제 영원히 만날 길 없는 마흔 명의 공주들을 떠올렸습니다. 그 사랑스런 얼굴들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혼자 소리쳤습니다. “오, 나는 아무 걱정 없이 안락하게 살고 있었네! 그런데 내고집이 결국은 나를 이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