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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제언]김병관/시련을 극복하자

입력 | 1997-12-31 18:02:00


1998년 무인(戊寅) 새해는 정부수립 50년을 맞는 해요, 헌정사상 첫 여야 정권교체에 의한 새정부가 출범하는 역사적인 해다.

따라서 보람의 반세기를 딛고 새로운 기대와 희망으로 맞이해야 할 뜻깊은 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처한 국난의 상황을 되돌아 볼때 참담한 심경을 금할수 없다.

동아일보발행인으로서 본인은 먼저 극심한 고통에 처해있는 국민여러분께 따뜻한 새해 인사를 드리고자 한다.

특히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서 서성대는 가장과 그 가족들, 열악한 환경속에서 경제살리기에 분투하는 산업전사 여러분들에게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지금 나라가 기우는 듯한 위기감 앞에서 국민은 불안에 떨고 국가는 흔들리고 있다. 추락하는 경제현실, 불안한 일자리, 땅에 떨어진 국가의 신용도와 짓밟힌 자존심… 어느것 하나 우리의 가슴을 짓누르지 않는 것이 없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각고의 노력으로 일으켜 세운 국가의 부(富)와 경제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는 가혹한 시련에 직면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 온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의 경제 사회 민생은 물론 나라의 틀을 다시 짜야 하는 시험대 앞에 서 있다.

▼ 국가전체의 생존 걸려

나라꼴이 왜 이 지경이 됐는가. 기세 등등하던 문민정부 5년 「변화와 개혁」의 기치는 공염불에 그쳤다. 개인과 기업과 국가를 파산의 위기에 빠뜨린 그 1차적인 책임은 국가경영의 최고 책임자인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문민정부의 경제각료,무모한 재벌기업, 무책임한 금융기관 등도 뼈를 깎는 반성 위에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본인은 97년 연두제언(동아일보 97년1월1일자)에서 『민주화 이후 10년째가 되는 97년 한국은 발전과 정체의 중대한 기로에 와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 앞에 다가온 정치적 경제적 시련과 도전을 이겨내지 못할 경우 우리사회가 크게 추락하게 될 것임을 경고하면서 시련극복을 위해 국민통합과 의식혁명으로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삼정권은 노동법시비와 한보사태, 대통령아들의 구속, 대선자금시비 등에 휘말려 국정(國政)의 중심을 잃고 외환위기를 초래한 끝에 역사를 후퇴시키고 말았다. 「김영삼대통령」은 모든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나라의 위신을 추락시킨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는 이처럼 대단히 어려운 때에 국정을 책임지게 됐다. 그의 당선 직후 노력으로 국가부도는 모면하면서 새해를 맞았다. 그러나 IMF관리체제의 파장은 기업과 근로자와 서민가계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기업의 잇단 도산과 대량실업사태, 물가고(高)는 사회불안의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면서 우리 앞에 견디기 어려운 난국이 닥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려면 가정과 기업과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반성과 자괴의 심경으로 새로 시작하는 길뿐이다.

이 경제살리기의 선도역은 새대통령 당선자의 몫이다. 김 차기대통령은 당장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과 국민이 감내해야 할 고통의 분담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정치권은 IMF체제 극복때까지 거국 비상내각 체제하에서 여야정쟁을 중지하고 모든 정치역량을 난국 극복에 쏟을 것을 촉구한다.

▼ 근로자협조 가장 절실

무엇보다도 협조와 이해가 요청되는 것은 근로자들이다. 근로자들은 구조조정 기업도산 정리해고로 대량실업의 위협 앞에 놓여 있다. 기업과 국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실업의 고통을 견디면서 한편으로는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지난 10년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근로자들의 지나친 임금인상 요구는 기업의 목을 죄고 그 결과 근로자 스스로 일터를 잃게 되기에 이르렀다는 점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실업이 만연한 상태에서 노사관계가 대립과 갈등을 계속하면 사회불안은 증폭되고 생산은 마비되어 경제는 끝장나고 말 것이다. 이 실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아울러 요망한다.

사회에 호화사치 소비풍조를 만연시킨 일부 특정 부유층도 뼈를 깎는 반성이 있어야 마땅하다. 우리는 이제 사회구성원 모두가 고통을 나눠가지면서 다시 일어설 것인지, 좌절과 대립속에 주저앉을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난국을 헤치고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국민통합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도 없다.

짧은 성공에 도취하여 지난 10년을 허송했음을 모두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역사가 주는 또 한번의 시련과 도전에 맞서 다시 힘차게 일어설 것을 제창한다.

▼ 허리띠 다시 졸라매야

나라를 바꾸고 다시 세우는 일은 대통령의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라의 주인인 국민 모두의 몫임을 자각해야 한다. 그것이 새 대통령에게 변화를 위임한 국민의 의무다. 오늘의 국가적 위기를 가져온 위정자의 무책임과 무능을 비난만 하고 있기에는 사정이 너무 급하다. 언제까지 좌절에 빠져 있을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 다시 일어서겠다는 결의와 확신으로 나라의 위기에 도전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다시 일어서서 시련을 극복하자.

김병관(동아일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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