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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 「구조조정」시대…폭력사건 줄고 경제사범 급증

입력 | 1997-12-29 20:20:00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에서 사회분위기가 침체되고 자숙하는 경향에 따라 음주 폭력 등 형사사건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에 반해 기업부도 등에 의한 화이트칼라 계층의 경제사건 고소 고발은 급증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의 경우 12월 들어 음주운전 적발건수는 모두 1백59건으로 하루 평균 5건에 불과하다. 예년에는 연말연시에 접어들수록 크게 늘어나 하루 수십건이 적발됐으나 올해는 10월이나 11월에 비해 연말에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술을 마셔 일어나는 음주 폭행사건도 경찰서마다 30∼50%이상 크게 감소했다. 서울 동부경찰서는 가을까지만해도 음주 폭행사건이 하루 평균 10여건 정도 당직사건으로 접수됐으나 요즘에는 하루 2,3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기불황의 여파로 부도수표 사기 횡령 등 경제관련 고소 고발 사건은 액수가 커지고 건수도 상반기에 비해 30% 이상씩 크게 증가했다. 지난 주 청량리경찰서에 입건된 건축업자 이모씨(48·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는 올해 초 모 자동차회사로부터 9억원짜리 공사를 하청받았다가 발주업체 부도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4억원을 부도내 고소당했으나 공소권없음 결정으로 풀려났다. 이처럼 최근의 화이트칼라 경제범죄는 대부분 거래업체 부도로 인한 연쇄부도, 은행대출 사정 악화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편 주식시장의 붕괴로 고객예금이나 회사공금으로 투자를 하다 돈을 날린 뒤 도망가는 등 직장내 사기나 횡령사건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달말 J건설 경리과 직원 2명을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10억원대의 세입자 이주비용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직장인이 실직과 감봉 등으로 자동차 비디오 등의 할부금이나 신용카드 빚을 갚지 못해 고소를 당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순래(李順來)박사는 『경기불황과 대량실직 등 위기상황에서는 범죄율이 줄어 들기도 한다』며 『그러나 사회적 긴장도가 높아져 사소한 시비가 살인 등 강력사건으로 이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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