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는 어렵다. 행여 주제나 의미를 찾으려 한다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주제를 의식하지 않고 그림속 색채의 리듬과 조화를 차분히 바라본다면 편하게 감상할 수도 있다. 평론가들은 이 그림을 어떻게 평할까. 내막을 알게 되면 평론가들은 말을 아낄지도 모른다. 이 그림의 작가는 다름아닌 고릴라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화랑에서 데뷔전을 가진 고릴라 「코코」와 「마이클」. 여류동물 애호가 패더슨이 돌보고 있다. CNN에 따르면 패더슨은 고릴라에게 1천여개의 「보디 랭귀지」를 가르쳤다. 그런데 고릴라들은 그림에 더 관심을 보였고 직접 그리기까지 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모두 7점을 출품했다. 관객들은 그림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아리송하다는 반응. 하지만 추상화가 내면 깊은 곳의 풍경을 찾아가듯이, 고릴라의 그림 또한 고릴라 의식의 풍경일지 모른다. 출품작들의 복사본 가격은 장당 1백50달러. 판매대금은 고릴라 보호기금조성을 위해 쓰인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