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도 다 있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소문난 망나니 데니스 로드맨(시카고 불스)이 하루 아침에 고분고분하기 이를 데 없는 순한 양이 됐다는 것.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로드맨의 트레이드 마크인 염색머리. 뒷골목 낙서처럼 어지러웠던 머리 색깔을 지우고 웃는 얼굴 모양을 그려 넣었다. 노란색으로 머리 전체를 염색한 뒤 뒤통수쪽에 두개의 검은 점(눈동자)을 그려 넣어 천진난만하게 웃음짓는 모습을 만든 것. 코트에서의 행동을 보면 더욱 입이 벌어진다. 툭하면 상대선수 심판 관중 카메라맨을 불문하고 주먹질 발길질을 해대거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모습은 간 곳이 없다. 지난 시즌 그가 받은 테크니컬 파울은 25개. 그러나 올해는 25일까지 불과 3개뿐. 경기태도도 놀랄 만큼 진지해졌다. 이전엔 팬이나 TV카메라를 의식한 과잉제스처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엔 동작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붓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천하의 로드맨이 왜 갑자기 변했을까. 로드맨을 손바닥처럼 훤히 꿰뚫고 있는 시카고의 필 잭슨 감독은 『돌출 행동을 하면 계약상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36세로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 될수도 있는 로드맨이 「말썽쟁이」로 팬들의 기억에 남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떤 분석이 맞을까. 이유야 어떻든 「순한 양 로드맨」에 대해서 왠지 서운하다고 말하는 팬들이 많다. 이들이 하는 말, 『술 담배 수없이 끊어 봤지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나』 『제 버릇 개 못주고 여우꼬리 십년을 묻어둬도 호랑이 꼬리가 되지 못한다』 〈김화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