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의 인구대국이자 자원부국인 인도네시아는 흔히 현대와 원시가 공존하는 나라로 불린다. 수도 자카르타는 성장의 상징인 초현대식 고층빌딩이 날렵한 모습으로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동부 이리안자야지역 주민은 아직도 옷입기를 거부한 채 신체의 「가장 중요한 부위」만 씩씩하게 장식하고 다닌다. 자카르타의 비즈니스 중심가를 비롯한 대형 쇼핑몰에는 풍요로움이 넘쳐흐르지만 뒷골목에는 빈곤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빈부 격차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밤거리에는 온갖 요염한 차림의 게이들이 여행객의 시선을 유혹한다. 새롭게 부상한 미래의 거대한 잠재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인구 9백만의 자카르타는 현대 도시의 병폐를 그대로 키워가고 있다. 차량매연에 따른 공해는 심각하다. 온갖 낡은 차량과 바자이(소형삼륜차) 오토바이가 시커먼 매연과 함께 요란한 소리를 내며 시내를 달린다. 교통체증도 골칫거리. 그래서 시당국이 도입한 제도가 승용차 동승을 유도하는 「스리 인 원」(Three In One). 출근시간대 교통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3인이상 탑승 승용차만 지정 간선도로로 다닐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어기는 차량에는 벌금이 부과된다. 이 결과 생긴 신종직업이 바로 「자키」(Jockey). 경찰이 단속하는 지점을 통과할 때 편승해주고 대가를 받는다. 이 일은 주로 어린이 청소년들이 하는데 젖먹이를 가진 주부까지 가세하기도 한다. 아침에 몇번만 하면 짭짤한 부수입을 올릴 수 있어 아예 학교에 가지 않는 학생도 있다. 이 때문에 한 교사가 신문에 「어린이를 학교로 보내주세요」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게재하면서 이 제도의 존폐여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언론은 이 제도가 94년 시행된 이래 교통혼잡을 완화하기보다 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폐지반대 입장이고 시당국도 새로운 혼잡완화 대책이 나올 때까지 현행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혼잡한 도로에서 2인이하 탑승 승용차를 찾아다니니 또 다른 교통체증 요인이 되고 단속경찰의 부정도 발생하고 있다. 일단 시행된 시책은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개선책이 나오기까지 어쩔 수 없이 계속돼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런 행정은 없는지 잘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박석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