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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뮤지컬 「지상에서 부르는 마지막 노래」

입력 | 1997-12-23 07:58:00


금연을 결심할 때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특히 가장 가깝기 때문에 말 안해도 알겠거니 싶은 사람 사이에서 가슴속의 터질듯한 사랑도 겉으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질돼 나타나기 쉽다. 「지상에서 부르는 마지막 노래」는 말의 의미와 중요함을 노래로 전하는 뮤지컬이다. 연극판 「작은 김수현」이라 불리는 작가 오은희는 말의 가벼움이 난무하는 시대, 말의 힘과 무게 그리고 말로 인해 재정립되는 관계의 미학을 감칠맛나는 대사와 탄탄한 구성으로 살려냈다. 엄마(우상민 분)는 딸 정화(최정원)가 벗어놓은 옷가지만 봐도 딸의 기분까지 알아채는 「선수」다. 딸도 그렇다. 그러나 엄마의 냉정함때문에 아빠가 죽었다고 오해하는 딸, 그 딸을 떼어놓고 돈벌러 나간 엄마가 치고받는 말은 언제나 칼이나 송곳에 가깝게 치명적이다. 이들 사이에 순수한 영혼의 청년(서영주)이 있다. 호스피스(죽음을 편안하게 맡도록 도와주는 이)로 일하는 엄마의 환자다. 청년이 정화에게 엄마한테 마음의 문을 열라고 하자 정화는 이를 갈듯 내뱉는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랑으로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지마!』 아빠가 읽어주었다며 정화가 청년에게 들려주는 동화 「인어공주」도 의미심장하다. 인어공주는 왕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마녀에게 목소리를 내주고 쭉 뻗은 다리를 받았다. 인어공주의 롱다리는 잠깐 왕자의 눈길을 끌지만 자신이 왕자를 구했음을 「말」로 증명못한 공주는 결국 물거품이 돼버렸다. 청년이 모녀의 화해를 위해 내놓은 방법도 말이었다. 『나에게 말하듯이 따님에게 가서 말하세요. 사랑한다고…』 인생은 오해가 절반이다. 모르는게 약이라지만 때로는 독약도 알고 먹는게 낫다. 더구나 듣는 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닐 바에야 말을 아껴서 무엇에다 쓰랴. 『무대에 서면 오르가슴을 느낀다』는 「뮤지컬 흑진주」 최정원이 모처럼 「끼」와 섹시함을 접어둔 내면연기를 보여주었고 아이스크림처럼 감미로운 음색의 서영주가 말의 따스함을 객석까지 전했다. 서울뮤지컬컴퍼니 제작으로 98년 2월 28일까지 화∼금 오후7시반, 토 일 오후 3시반 6시반 문화일보홀. 02―3477―4500 〈김순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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