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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21세기]크리스토퍼 아터튼/텔레데모크라시

입력 | 1997-12-20 08:07:00


전화나 PC통신 TV토론 우편투표 쌍방향케이블TV 화상회의 비디오텍스 등으로 이뤄지는 의사소통의 민주주의를 뜻하는 텔레데모크라시. 이는 21세기 정치의 화두이며 오늘의 정치조차 이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기존의 민주주의는 광장이나 대형홀에 같은 시간에 군중이 모이는 것을 필요로 했지만 텔레데모크라시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이뤄지는 원거리 민주주의이다. 전자민주주의 사이버민주주의도 비슷한 뜻이지만 텔레데모크라시는 더 큰 개념이다. 텔레데모크라시는 전자적 방식에 의한 의사소통만이 아니라 반송우편투표와 같은 비전자적 개념까지 포괄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아터튼은 「텔레데모크라시」의 핵심이 기존 의회민주주의와 달리 새로운 방식에 있음을 주장한다. 기존 의회민주주의는 간접성 때문에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문제의식에 바탕한 텔레데모크라시는 기존의 의회를 입법 심의원으로 바꾸고 심의원의 의원들이 심사한 사안에 대한 최후 결정권은 국민이 직접 갖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때 국민은 전화나 PC통신 등 정보통신단말기와 지역의 정보통신네트워크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전자투표를 통해 결정권을 행사한다. 텔레데모크라시의 으뜸 원리는 「국가의 의사〓대표자(입법심의원 의원)의 의사〓유권자의 의사」이다. 사실 한국의 경우도 의회의 토론기능과 심의기능은 나날이 약화되고 있다. 의회에서 의원들이 하는 일은 토론보다도 대부분 찬반을 결정하는 일이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이 대변하는 정치적 의사가 보스의 것인지, 당론인지, 유권자의 것인지 혼란스럽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동아일보가 주최했던 「사이버 토론회」도 텔레데모크라시의 진전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TV토론회는 말할 것도 없다. TV토론회는 새로운 형의 정치인을 요구한다. 이같은 사이버토론회는 아터튼의 분류법에 의하면 「민간주도―대화형 모델의 텔레데모크라시」로 상향식의 의제와 패널리스트 선정의 선례를 남기고 있다. 정보화 사회의 전도사인 앨빈 토플러나 아터튼이나 모두 「기술이 변하면 정치도 변한다」고 보는 민주주의의 진화론자들이다. 전자공간에서의 토론과 전자국민투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의제선정과 참여의 자발성 등 사람과 제도에 관한 문제가 남는다. 미디어 정치에서 의제설정의 중요성과 텔레데모크라시도 결국은 사람이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김광식〈21세기 한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