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바다표범 향유고래 등 잠수동물이 한 번 호흡으로 2,3시간 동안 바다 속에서 유유히 활동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인간도 이들처럼 깊은 물속에 오랫동안 잠수할 수는 없을까. 뉴욕타임스지는 최근 동물의 잠수비결과 이를 인간에 응용하려는 연구활동을 소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구 전체 바다의 평균수심은 3천6백m. 그러나 인간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수심은 고작 90m다. 인간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없는 깊은 바다는 여전히 신비에 싸여 있다. 인간이 보조장치 없이 가장 깊이 잠수했던 기록은 수심 1백33m. 지난해 쿠바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가 세웠다. 최고수심에서 로드리게스의 폐는 엄청난 수압으로 인해 정상인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향유고래는 오징어같은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 최고 1.9㎞ 깊이까지 잠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해의 바다표범은 수심 1.6㎞에서 2시간 정도 활동하고 남극의 황제펭귄은 한 번 호흡으로 수심 4백80m까지 내려가 먹이를 잡는다. 과학자들은 이들의 잠수비법을 최근에야 조금씩 밝혀내고 있다. 우선 이 동물들은 잠수중 폐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소의 절반 가량을 근육 속에 저장해두었다가 활동하는 것. 사람처럼 폐에 산소의 85%를 저장할 경우 심해의 고압으로 폐 속의 질소가 혈액으로 다량 유입되면서 치명적인 질소중독증을 일으키게 마련. 반면 잠수동물은 산소를 미오글로블린이라는 색소단백질 형태로 근육 속에 저장, 질소중독증을 막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버드대 콘라드 폴크박사의 연구결과 웨델바다표범의 혈중 질소농도는 수압과 거의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에 의존하지 않고 산소를 공급했다는 증거다. 웨델펭귄은 몸 전체의 산소중 47%를 근육에 보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동물은 특히 심해에서 신장이나 간 등 장기의 기능이 사실상 멈춰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신진대사도 느려 북해 바다표범의 경우 심장박동이 평상시 1분당 1백7회에서 잠수중 68회 정도로 36%나 감소했다는 것. 잠수동물은 제한된 산소를 최대한 절약하는 방법을 수백만년의 진화를 통해 터득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잠수동물의 신비가 각종 질환치료에 중요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엄청난 수압으로 위축된 심장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심장병 치료에 획기적 전환점이 된다는 것. 또 산소부족에도 불구, 각종 장기가 정상기능을 하는 것을 응용한다면 장기이식 기술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