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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세계화 선언」 3년후…

입력 | 1997-11-18 20:13:00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세계화선언」을 한지 17일로 3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영어번역 때문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세계화를 인터내셔널리제이션으로 말하다 보니 미국에서는 한국이 시장개방에 솔선수범하려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 글로벌라이제이션이란 단어로 정착시켰다. ▼문민정부는 이처럼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한 정치용어를 내놓아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래서 인터내셔널리제이션은 쌍무적인 국제관계에 중심을 둔 것이며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범지구적인 개념을 갖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정(政) 관(官) 재계(財界) 등 사회 각계 지도층 인사들 사이에는 세계화를 위한 만학 열풍이 불었고 김대통령이 주재하는 세계화 보고회의만 하더라도 95년에 여덟차례나 열렸다. ▼그러나 올해는 세계화선언 3주년 행사조차 없다. 「냉엄한 국제현실에서의 생존 전략」이라던 세계화는 지금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구호만 외치다 끝나버린 것이다. 세계무대의 발판을 넓히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움츠러들고 기력을 잃어 한국은 이제 더 이상 아시아의 용이 아니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심각한 금융위기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할지도 모르는 판이니 그런 얘기를 들어도 할말이 없다. ▼냉전종식 후의 세계는 새로운 질서 마련을 위해 부단히 움직이고 있다. 변화의 물결은 하루가 다르다. 그런데도 우리는 밖으로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다. 안에서 치고 받는 데 온통 정신을 팔고 있다. 당초 세계화를 이 시대의 관통 이념이라며 범국민운동을 주창하던 문민정부는 지금 아무 말이 없다. 세계화의 진정한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국민적 지혜를 다시 모아 볼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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