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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이호철씨「극사실주의」기법,사진같은 그림 창출

입력 | 1997-11-14 07:43:00


작업을 시작하면 6시간 정도를 꼬박 붙어 있다.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하는 경우도 많다. 서양화가 이호철씨(39)는 극사실주의 기법을 사용한다. 화면속의 물건들은 슬쩍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치는 시계 카드 서랍 거울 인물…. 그림 곁에 튀어나온 듯한 액자도 사실은 그린 것이다. 그는 『관객과 그림속 물건간에 상호교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추상미술에 반대해 일어난 극사실주의 조류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려 단순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이씨는 사물을 기계적으로 옮겨 그리지 않는다. 다양한 상징과 재구성을 통해 꿈 또는 환상 같은 독특한 이미지를 창출한다. 평론가 이준씨는 『카메라 렌즈로는 포착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화면구성을 실물처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작품 「앙코르」. 베개가 쌓여 있고 한 서랍속에서 시계가 튀어나온다. 옛 결혼사진도 등장한다. 이는 흘러간 세월을 되돌리게 한다. 그의 작품들에서 서랍과 거울은 주요 소재다. 이씨는 『열리고 닫히는 서랍은 의식과 무의식, 감춤과 드러냄을, 거울은 남에게 비쳐진 자신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는 존재의 이중성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홍익대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이씨는 학창시절인 78년 중앙미술대전 장려상, 94년 공산미술제 대상을 받았다. 그는 어려서 열병을 앓아 한쪽 청각을 잃었다. 평론가들은 그가 현실을 냉철히 바라보는 리얼리즘 작가에서 출발해 독특한 상상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기계문명과 인간의 행복한 동거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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