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프로농구]SK,『「눈물젖은 빵」덕분』홈개막전 勝

입력 | 1997-11-13 19:38:00

안준호감독


「꼴찌 만세」. 97∼98프로농구 SK나이츠의 홈개막전이 열린 12일 청주체육관. 나산플라망스에 1백3대1백1의 「뜻밖의 승리」를 거둔 SK선수들은 참았던 함성을 마음껏 토해냈다. 대학시절 대부분 「찬밥」신세. 졸업후 진로팀에 몸담았다가 단 한경기도 치르지 못하고 SK로 구단이 넘어가는 바람에 눈치만 늘었던 선수들. 이들을 다독거리느라 속이 새까맣게 타버린 안준호감독과 최철권코치. 승리는 남의 것으로만 알았다. 그러기에 이들이 토해낸 환호는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시즌 개막전 농구인들은 SK를 「확실한 꼴찌」로 점찍었다. 대학시절 그나마 이름이 알려졌던 선수는 손규완(경희대졸)과 윤제한(명지대졸)정도. 나머지는 무명이나 다름없다. 신석이 농구명문 연세대 출신이기는 하지만 4년내내 벤치만 지켰던 후보. 김광은은 현대 다이냇에서 밀려난 외인부대이며 박기동은 대학2부팀인 부산대출신. 안감독도 경희대출신이어서 농구명문과는 거리가 멀다. 안감독은 『정규리그 45게임중 이길 자신이 있는 경기는 하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SK는 어떻게 나산을 꺾었을까. 안감독의 일화 한가지. 현역시절 삼성전자소속이었던 그는 79년초부터 80년말까지 거의 2년간 매일 새벽 서초동 숙소에서 남산까지 혼자 뛰었다. 동료들보다 기량이 처지면 체력이라도 앞서야 한다는 오기에서였다. 그는 현역시절 진효준 박인규 신동찬 등 쟁쟁한 동료들에 가려 주전으로 나선 적이 거의 없었다. 때로는 경기 내내 벤치에만 앉아있었다. 그때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구단 버스에 오르지 않고 경기장인 장충체육관에서 서초동 숙소까지 혼자 달렸다. 이바람에 그는 「독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돌쇠」라고 부르는 이도 있었다. SK선수들은 스스로를 「외인구단」이라고 부른다. 뒤집어 보면 이들은 「눈물젖은 빵」을 먹어봤기에 한수 위의 나산을 꺾을수 있었던 것. 진로팀 시절인 지난 여름 선수들은 지옥훈련을 못이겨 모두 달아났다. 이들은 『한번만 이겨보자』는 안감독의 간곡한 설득에 다시 볼을 잡았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온 승리. 그것은 바로 그동안 쏟았던 땀의 결실이다. 안감독은 『승리보다 더욱 값진 소득은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된 점』이라며 『1차전 승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다짐했다. 〈최화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