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 참석을 위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외유(22∼27일)에 대해 적지 않은 비판이 일고 있다. 「경제난으로 국내 상황이 심각한 때에 한가롭게 외유에 나설 수 있느냐」는 게 비판의 골자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청와대측은 이번 외유의 공식수행원 숫자를 작년 마닐라 APEC 때의 10여명 선으로 단출하게 줄였다. 마닐라 회담 때는 수행한 재계인사만 60명을 넘었으나 이번에는 정상회담 직전에 캐나다 정부초청으로 열리는 재계대표자(CEO)회의에 조석래(趙錫來)효성그룹회장 등 9명의 재계대표가 참석할 뿐이다. 청와대측은 외유 비판론에 대해 『최근 외환위기의 주 요인이 외국의 한국경제에 대한 신인도 하락 때문인 만큼 국제외교무대에 나서 적극적으로 우리경제의 실상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일축한다.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 7일 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김대통령 관심의 70% 이상은 경제문제에 쏠려 있다』며 △부산신항 기공식참석(4일) △신현확(申鉉碻)전총리 및 나웅배(羅雄培)전부총리 초청오찬 △노개위 회의주재(7일) △벤처기업 전국대회참석(12일) 등 「경제 살리기」를 위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김대통령의 행보도 다분히 「의전(儀典)적인 차원」에 머물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경제회생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는 진지함보다 행사위주의 전시적 측면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외유에 쏠리는 비판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김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확대경제장관회의를 단한차례 주재했을 뿐, 심각한 금융위기속에서도 선거관계회의만 주재하는 등 국내 정치에 몰두하는 듯하다는 것이 재계 등의 불만이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경제살리기에 대한 김대통령의 의지가 결연하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다. 한 고위관계자는 『청와대는 임기말까지 새 대통령 당선자와 협조해 경제회생을 꾀해나가는 방안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불가피한 외유」라면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게 일반국민들의 시각인 것 같다. 〈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