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디지털화는 찰나의 시간에, 무한에 가까운 복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원작의 가치를 그만큼 위협한다. 정보의 상품화를 가져온 디지털 문화의 시대에 저작권이 새삼 중요해지는 까닭이다. 아프리카 오지 원주민의 춤을 찍은 비디오나 스코틀랜드 시골 소녀의 미소를 담은 사진을 보려면 현재는 기록자 혹은 제작자에게 비디오 임대료나 사진집을 사는 형태로 돈을 지불한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원주민이나 소녀와 「디지털 저작권 계약」을 해야하기 때문에 값은 더 올라갈 것이다. 이같은 문화재의 저작권 문제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제 가운데 하나. 원시의 자연 경관이나 전통민속말고는 이렇다할 자원이 없는 후진국은 문화재 자연유산 정보가 큰 재산이기 때문에 앞장서 주장하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미온적이다. 문화체육부 관계자는 『논의가 진행되면 결국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세계자연유산 세계기록유산을 비롯해 탑 고궁 절 부도(浮屠) 등 한국의 전통 문화유산에도 저작권 개념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디지털 저작권도 마찬가지.국내에도 최근 문화재의 디지털 저작권 논란 소지가 생겼다. 얼마전 한 사업자가 인터넷과 PC통신망을 통해 문화유산을 소개하면서 숙박과 관광까지 안내하는 유료 정보 서비스사이트를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이 업체는 「문화유산의 해 조직위원회」가 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최근 펴낸 문화유적 답사안내 책자를 기획해준 업체로 통신망과 인터넷 용으로 올려놓은 정보는 대부분 이 책자와 다름없다.그러나 현재 문화체육부 인터넷 사이트(http://mocs.go.kr)에 들어가면 문화유산 관련 정보와 답사코스 등을 안내하고 있다. 물론 무료 사이트다.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자료와 행정자료도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문화유산 정보를 민간 사업자가 유료로 운영하는 행위는 형평을 잃은 것으로 방치해두기는 곤란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사업자 측은 『문화재 관련 정보는 공개된 것이며 사업성보다 문화 홍보를 위한 것으로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국제적인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는 문화체육부 관계자의 생각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현재 법적으로는 탑 절 등 일반에 공개된 문화재에 저작권을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상업적인 목적으로 문화재 관련 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명백한 문제를 갖고 있다』면서 『곧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문화패턴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디지털 사회는 이처럼 다소는 엉뚱해보이는 문제도 숱하게 등장할 것이다. 〈조헌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