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현실이 아니라 마치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공황(패닉)인듯 했습니다. 증권거래소는 침묵에 빠진 채 사람들은 충격속에서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기만 했죠』 「블랙 서즈데이」(검은 목요일)로 불린 23일의 홍콩증시 모습을 한 관계자는 이렇게 전했다. 홍콩증시의 폭락은 세계 각국 주가의 동반하락으로 이어졌다. 홍콩증시가 이처럼 국제증시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서방 각국이 홍콩달러로 표시된 자산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23일의 주가 대폭락은 홍콩의 재벌들을 KO시켰다. 최대의 피해자인 장강실업 리자청(李嘉誠)회장은 이날 60억홍콩달러(약 7천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그의 재산이 최초로 60억홍콩달러에 이르기까지는 30년이 걸렸으나 이날 단 6시간만에 같은 액수를 날린 셈이다. 홍콩최대의 부동산 재벌인 신홍기그룹 궈삥샹(郭炳湘·월터 콕)형제는 76억홍콩달러를 날렸으며 지난 7월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9대 갑부에 끼였던 헨드슨부동산 대표 리자오지(李兆基)도 46억달러의 손해를 봤다. 이날 홍콩증시 전체의 주가손실액은 3천2백50억홍콩달러(약 37조원)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홍콩증시의 대폭락으로 홍콩부동산 가격도 연말까지 15∼2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홍콩경제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인 금융과 부동산산업의 쇠락은 홍콩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가게할 전망이다. 〈홍콩〓정동우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