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DJ),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민주당 조순(趙淳)총재와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 등 대선후보 5명이 17일 한국일보주최 토론회에 함께 참석, 비자금정국을 둘러싸고 가시돋친 설전(舌戰)을 벌였다. 토론회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이회창총재와 김대중총재의 맞대결. 이총재는 「DJ비자금」의 검찰수사를 거듭 촉구한데 반해 김총재는 신한국당 폭로는 조작이라고 반박하며 여당의 92년 대선자금과 이총재의 경선자금도 함께 수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총재는 기조연설에서 『경제위축이나 국민 불안을 구실로 정치부패를 슬그머니 넘기자는 일부의견은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총재는 『야당지도자로서 여당만큼은 아니지만 정치자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문제는 정치자금 수수여부가 아니라 이를 개인적으로 소지하느냐, 아니면 정치적으로 사용했느냐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총재는 『나는 이 문제를 조사하고 밝히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전제, 『지금까지 가만 있던 여당이 대세가 불리하니까 문제를 들고나온 것은 정치판을 이전투구로 몰고가 깨자는 의도가 있다』며 신한국당의 「속셈」을 공격했다. 그러자 이총재가 반박했다. 그는 『(김총재의 발언을 들으니)이렇게 빠져 나가는 방법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기업이 뼈빠지게 번 돈을 야당총재에게 아무 조건없이 준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김총재를 힐난했다. 김종필총재는 『나는 비자금문제에 대해 자유롭다』며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객관적인 조사에 의해 (진위를)가려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순총재는 비자금 사건을 『본질적으로 구시대 세력들이 새시대에 적응하지 못한채 살아남기위한 몸부림』이라고 했으며 이인제전지사는 『여당이 검찰 수사에 압력을 넣는 것은 온당치 않다』면서도 『(국민회의 김총재도)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범위내에서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정연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