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이 존폐의 위기를 맞은 것은 97동계유니버시아드 개최를 위해 무조리조트에 무리하게 투자, 재무구조가 악화돼 있는 상황에서 제 2금융권의 단기부채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쌍방울은 지난 7월부터 창업자인 李奉寧 현 명예회장에게서 경영대권을 이어받아 그룹을 이끌고 있는 李義喆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무주리조트를 개장했던 지난 91∼92년까지만 해도 경영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97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한국 개최가 확정된 지난 93년부터 대회유치를 위한 대규모 시설투자를 벌이면서 자금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정부지원도 1백22억원 밖에 받지못한 상태에서 제1금융권을 통해 장기저리로 자금을 조달하려 했으나 레저산업에는 지원할 수 없도록 돼 있는 정부정책에 막혀 이에 실패하고 2.3금융권에서 단기자금을 무려 2천8백73억원이나 조달했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쌍방울이 그룹 차원에서 무조리조트에 쏟아부은 돈은 모두 3천8백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사업비가 투자된 무조리조트는 그러나 이 대회 이후 일반 손님들로부터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영업부진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작년의 경우 리조트부문에서만 3백4억원의 적자가 발생, 그룹을 대표하는 내의 등 섬유업 부문에서는 2백45억원의 흑자를 내고도 그룹 전체로는 5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쌍방울은 리조트사업과 관련, 종금사로부터 조달한 2천8백73억원의 대출금 회수를 강력히 요구받으면서 급격한 자금난으로 경영위기에 휘말려들었다. 이 때부터 쌍방울은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무주리조트를 통째로 매각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인수자를 물밑에서 찾아다니고 있다는 얘기가 업계에 파다하게 퍼졌다. 그러던 중 쌍방울은 지난 2일 계열사와 프로야구단 매각을 통해 6개월안에 부채상환용 4천2백억원을 마련키로 하는 등의 자구계획을 발표, 금융권의 긴급자금지원과 함께 종금사들의 대출금 회수유예 등으로 회생의 길을 찾으려 했다. 정부도 쌍방울의 이같은 자구계획과 관련, 종금사 등 2금융권만 대출금 회수를 자제해 주면 회생이 가능하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기까지 했다. 쌍방울은 특히 그룹 전체의 자산이 1조4천2백억원인데 반해 부채는 9천7백70억원이라는 점을 들어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를 줄이면 자력회생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기아 등 잇단 대기업 부도사태로 부실화돼 가고있던 금융권의 대출원리금 회수 자제가 쌍방울이 원하는 만큼 이뤄지지 않은 데다 골프장 자체의 매각과 회원권 판매 그리고 계열사 매각 등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워 결국 좌초하고 말았다. 특히 리조트사업과 관련한 단기차입 과다에 따른 지급이자 부담과 국민회의 金大中총재의 비자금 의혹파문과 관련된 그룹 임원진의 연루설 그리고 창업주인 李奉寧명예회장의 3남이면서 계열사인 유아아동복업체 경영을 맡고있는 李의석 ㈜새난 부회장이 카지노 도박사건으로 지명수배를 받는 등 경영층의 시련도 그룹 차원의 매끄러운 자구계획 실천을 어렵게 만들었던 요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