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반달곰의 생존을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과 횡포는 아직도 곳곳에 널려 있다. 해마다 첫눈을 앞둔 10∼11월은 겨울잠을 준비하기 위한 반달곰의 활동이 매우 왕성해지는 시기. 특히 11월 들어 비가 온 뒤면 반달곰이 먹이를 찾아은거지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밀렵꾼의 추적망에 걸릴 위험이 높다. 밀렵꾼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곰의 서식지를 추적한다. 심지어 산에서 약초를 캐는 사람들에게까지 선을 대놓는 경우도 있다. 야생곰 한마리의 밀거래 가격이 억대를 호가하는데다 웅담을 구하려는 일부 재력가들이 수천만원의 선금을 주며 곰사냥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지리산 반달곰을 추적해온 밀렵꾼은 4개팀으로 파악됐다. 다행히 이들 전문 밀렵팀은 민간단체의 끈질긴 설득과 감시활동에 굴복, 최근 차례로 활동을 중단했으나 밀렵꾼들이 다시 지리산에 잠입할 위험은 여전히 있다. 설령 산속을 누비는 밀렵꾼이 일단 사라졌다 해도 위험은 계속된다. 이들이 설치해놓은 덫 올무 폭약 등 밀렵시설은 여전히 산속 동물들이 다니는 길목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남쪽에 있는 왕시루봉 한 곳에만도 수백개의 덫이 깔려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멧돼지를 잡으려고 놓은 올무에 곰이 걸릴 위험도 크다』고 밝혔다. 민간보호단체 회원들과 환경부는 지난해 가을과 올봄 지리산에서 덫 올무 2천개를 제거한 바 있다. 또 곰은 연간 행동반경이 수컷은 70㎢, 암컷은 40㎢에 달하지만 포장도로는 건너지 못한다. 행락객들에 의한 오염이 생태계 먹이사슬에 영향을 끼쳐 곰 생존의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지리산 일대에선 산 애호가와 주민들, 전직 포수 등 70여명이 모여 자연환경생태보존회를 결성, 반달곰 보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덫이나 밀렵꾼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할 땐 이 단체(0664―782―9188)나 관할 군청에 전화하면 즉각 출동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내년에 시암재에 만들 예정인 생태통로처럼 야생동물이 도로를 건너다닐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하고 가드레일도 시민안전에 필요한 만큼 남기고 제거해 달라』고 정부측에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