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신세대주부 풍속도]점심때 되어서야 도시락들고 학교로

입력 | 1997-10-13 08:04:00


『얘야, 많이 기다렸지. 도시락 여기 있다』 10일 정오경 서울 서초구 A중학교 정문. 학부모 3명이 자녀에게 도시락을 건네주고 있었다. 『요즘 도시락을 들고 점심시간에 자녀를 찾는 어머니가 많아 처음엔 「아침에 어머니가 마련한 도시락을 잊지 말고 꼭 챙겨오도록 하라」며 아이들을 혼냈어요.하지만…』 이 학교 교사 S씨(30). 하지만 그는 학생들의 이의제기에 깜짝 놀랐다. 『선생님, 그게 아니라 엄마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지금 가져다주시는 거예요…』 A중학교 학부모 P씨(43·여)는 『남편이 일찍 출근해 직장에서 아침을 해결하기 때문에 긴장을 풀다 보니 늦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며 『느지막하게 일어나 점심 도시락을 만들어 학교로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자녀들은 이같은 「현실」에 적응한 지 오래다. 강남 B중학교 K군(14)은 『어머니가 늦잠을 잔 날은 으레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낮 12시반경 교문앞에서 어머니에게서 도시락을 건네 받는다』며 『아침식사는 학교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빵등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B중학교 학부모 H씨(40·여)는 『그래도 늦게나마 직접 싼 도시락을 아이에게 갖다주는 것은 아침에 점심값 몇천원 던져주는 엄마보다는 나은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과거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조금이라도 따뜻한 점심을 먹이기 위해 점심시간 무렵 새로 밥을 해 도시락에 담아 학교 근처에 와서 전해주거나 수위실에 맡기고 가시곤 했지요. 선생님 도시락을 만들어오는 학부모도 계셨고….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어요』 이 학교 수위 L씨(59)의 말이다. 〈이승재기자〉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