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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비자금폭로 분석]『DJ돈이냐』…아직 증거 불충분

입력 | 1997-10-08 07:38:00


신한국당이 7일 폭로한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의 비자금의혹은 어느 정도 사실이며 신한국당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을까. 신한국당이 이날 제시한 증거자료는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시절인 90년12월말 당시 대통령경호실 관리과장 李泰振(이태진)씨가 비자금계좌에서 3억원을 인출했다는 전산기록표뿐이지만 신한국당은 더 많은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신한국당이 폭로한 김총재 비자금의혹은 상당히 구체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관련자들을 실명으로 표기하는 등 비교적 「육하원칙」에 맞춰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이 제기한 의혹은 세가지다. 첫째는 김총재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가 3백65개의 가명 및 차명 그리고 도명 계좌에 입금액 기준으로 6백70억원을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둘째는 92년 대선 이후 쓰고 남은 비자금중 62억4천만원을 이씨 주도로 차명전환했다는 것이며 셋째는 노전대통령으로부터 김총재가 받았다고 밝힌 20억원 외에 6억3천만원을 추가로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의혹의 사실여부는 차치하고 김총재와의 연관성여부라고 할 수 있다. 신한국당의 폭로만으로는 아직 직접적으로 김총재와 연관됐음을 단정하기는 이르기 때문이다. 우선 이씨가 관리해왔다는 6백70억원이 과연 김총재로부터 나온 돈이냐 하는 점이 분명치 않다. 특히 이씨가 현재 동화은행 영업1본부장이며 90년 이후 서울 시내 5개 지점장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져 돈의 출처가 복잡할 가능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이씨가 불법적으로 실명전환했다는 62억4천만원도 신한국당의 폭로만으로는 김총재의 돈이라고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 노전대통령으로부터 추가로 받았다는 6억3천만원도 91년 당시 평민당 사무총장 및 이씨 계좌에 입금됐다는 내용일 뿐이다. 또 이 돈의 입금시점은 92년 대선 때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한국당이 폭로한 비자금의혹이 구체적이고 관련자들이 김총재의 핵심측근들이라는 점에서 김총재로서는 의혹의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뿐만 아니라 비자금의혹을 제보한 사람이 누구냐 하는 것도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검찰 고위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신한국당이 폭로한 의혹은 내막을 잘 아는 사람의 제보에 의존하고 있는 것 같으나 법적으로는 별문제가 없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정치자금법부분은 시효가 지났고 차명전환부분은 이미 「노태우 비자금사건」 때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내렸다』며 『다만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면 증여에 따른 세금포탈 여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적으로 문제가 되느냐 여부를 떠나 비자금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김총재는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 틀림없다. 신한국당이 의도한 것도 바로 이런 점일 것이다. 반면 정말 검찰이 조사에 착수한다면 신한국당으로서도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된다. 일정 부분 입증책임을 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한국당으로서도 내심 수사를 원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신한국당은 될 수 있는 한 대선 때까지 비자금의혹을 정치공세에 활용하고 싶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신한국당으로서는 진상규명 자체보다는 김총재의 집권저지가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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