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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로근로자 통행제한 배경]「北하급관리 경직성」보여줘

입력 | 1997-10-05 19:37:00


북한 금호지구에서 발생한 경수로부지건설공사 중단사건은 정치체제로 인해 하급관리자들의 언행이 얼마나 경직될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한국국민들로서는 대통령의 사진이 실린 신문이라도 읽고 난 뒤 휴지통에 버리든, 찢어서 생선포장을 하든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북한에선 김정일(金正日)의 사진이 게재된 신문을 그렇게 할 경우 정치범에 준하는 책임추궁을 받는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5일 북한의 조치에 대해 『북한의 하급관리들이 보인 경직성에서 비롯됐다』며 『북한의 상층부에서 함께 그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즉 금호지구의 보안요원 등이 이번 일을 묵인할 경우 자신들의 충성심을 의심받게 될 것을 의식한데서 나온 상투적인 행태일뿐 경수로사업 자체가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을 북한당국이 원치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측은 처음에 자신들이 큰 소리를 치고 강하게 나가면 우리 근로자들이 사과할 줄 알았으나 일이 그렇게 안되자 지금은 오히려 당황하는 기색』이라고 전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이 체결한 의정서는 북한이 KEDO 계약자 인원에게 북한 관습을 따르라고 요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에 취한 조치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명백한 합의사항 위반인 셈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측이 사소한 일을 트집잡아 공격적인 언행을 일삼는 것은 상투적인 행태이므로 우리가 이에 휘말려 남북관계를 경색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수로사업이 8월19일 착공된 지 한달반 만에 이런 일이 생긴 만큼 앞으로 몇년간 계속될 공사에서 북한이 유사한 일을 재발하지 못하도록 분명한 다짐을 받아 놓을 필요는 있다는 게 당국자들의 시각이다. 〈한기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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