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거의 매년 포함돼 있던 근로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경감조치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올해 경기부진으로 세수전망이 불투명해지자 한푼이라도 세금을 더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반면 기업간 인수합병(M&A), 업종전환, 은행빚 상환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세제지원책을 내놓았다.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사태 등으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여느해보다 절실한 시점으로 정부는 파악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삼성그룹 농심 등 대기업 총수들이 2세 또는 친인척 등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변칙수단으로 활용한 전환사채 등 신종채권으로 발생한 이익에 철저히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 ▼접대문화를 바꿔라〓이번 세법 개정으로 룸살롱 요정 증기탕 등에는 찬바람이 불 것 같다. 이런 곳에서 쓴 접대비는 손비로 인정되지 않아 전액 법인세를 물어야 한다. 개정안은 고급접대뿐만 아니라 1인당 접대비 한도를 1회당 5만원으로 정하고 접대시 접대인원과 금액을 기록, 보관하도록 함으로써 「소박한」 접대문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영국 아일랜드 일본은 접대비는 전액 손비로 인정하지 않으며 미국은 접대비 지출의 절반을 손비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선물의 경우 연간 1인당 25달러(약 2만원)로 못박았다. ▼구조조정을 서둘러라〓정부는 『이번 개정안에 기업에 대한 「당근」을 많이 포함시켰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당근은 △은행빚을 갚기 위한 업무용부동산 매각시 특별부가세 면제 △M&A 및 업종전환시 세제혜택 등. 그러나 재계는 『차입금 과다법인의 지급이자를 손비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대목은 당근들을 무색케 할만한 채찍』이라고 주장한다. 당근은 구조조정 능력이나 의사가 있는 기업에만 적용되지만 이자손비부인책은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 예를 들어 자기자본 5백억원, 매출액 3천억원, 차입금 4천억원(지급이자 4백80억원)인 기업의 경우 이자중 손비로 인정받지 못한 부분은 1백80억원으로 당장 내년부터 50억원 이상의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 ▼재벌 변칙증여 봉쇄〓최근 사모전환사채(CB)를 악용한 재벌총수들의 변칙증여로 올초 시행한 상속세법 개정안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그동안의 세법에서는 예컨대 재벌 2세가 총수인 아버지 등으로부터 전환사채를 취득할 경우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했을 때 발생한 이익(주식가액과 전환가격의 차액)에 대해서만 과세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CB뿐만 아니라 신주인수권부사채, 교환사채 등을 발행단계에서 최초 인수했을 때도 인수일의 주식가액과 전환사채 취득가액의 차액에 대해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신종사채를 이용해 변칙증여하면 최고 45%의 증여세를 부담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