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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위기說과 金心]싸늘한 여권 「李대표 용퇴論」까지…

입력 | 1997-08-20 19:47:00


여권내의 「9월위기설」이 잠복기를 거쳐 점차 표면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기국회 개회와 추석연휴를 전후한 시기에 정치적인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9월위기설」은 이제 막연한 설(說)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李漢東(이한동) 金潤煥(김윤환)고문 등 몇몇 중진들조차 이를 공공연히 예고하고 있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변화의 방향에 대한 전망은 제각각이나 상당수 당 관계자들이 뭔가 곧 닥칠 듯한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두 아들의 병역면제파문으로 인한 지지율의 급락에 따라 신한국당 대통령후보인 李會昌(이회창)대표의 대선승리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점증하고 있는 여권내의 불안감과 불협화음이 「9월위기설」 확산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이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21일로 만 한 달이 되나 신한국당의 분위기는 좀처럼 대선열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썰렁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당 관계자들 중에도 팔짱을 끼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모이기만 하면 당과 이대표의 장래를 걱정한다. 청와대쪽에서도 찬바람이 인다. 지난 14일 이대표가 기아자동차를 방문, 정상화 지원을 약속하자 마자 金仁浩(김인호)대통령경제수석은 『경제문제를 정치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라며 찬물을 끼얹은 것도 과거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묘한 시기에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16일 趙淳(조순)서울시장과 비공개회동을 가진 것도 정치권의 주목을 끌고 있다. 조시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날 회동에서 조시장은 김대통령에게 자신의 대선출마동기를 밝혔다. 그에 대한 김대통령의 반응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조시장은 『김대통령이 나의 대선출마를 만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대통령은 그에 앞서 지난 13일 여권 내에서 가장 막강한 잠재적 파괴력을 인정받고 있는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와도 만났었다. 이지사 측근들 역시 『김대통령이 이지사에게 독자출마 자제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의 전언은 이대표에 대한 여권내의 불안감이 심상치 않은 수준임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16일 『최근 김대통령에게 「이대표로 대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김대통령도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후보교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어느덧 「낙마설」이 「후보교체설」로 대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9월위기설」의 핵심은 물론 이대표의 거취다. 이대표의 대선승리 가능성에 회의적인 여권 관계자들은 내심 이대표의 「용퇴」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이대표의 용퇴가능성을 점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직은 유동적이나 이대표의 지지율하락이 계속돼 대선승리 가능성이 극히 희박해졌을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이냐가 여권 관계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이대표를 교체하려 할 경우엔 당이 깨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퇴유곡(進退維谷)인 상황에서 여권이 구상할 수 있는 돌파카드로 대선전 여권주도의 정계개편을 생각해볼 수 있으나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우선 김대통령이나 수세에 몰린 이대표가 정계개편을 주도할 만한 힘을 갖고 있느냐가 의문시된다. 오히려 그보다는 이대표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다면 김대통령이 아예 「손을 들어」 버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편이다. 그럴 경우 가뜩이나 구심력을 상실한 신한국당은 분열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인제지사가 독자출마를 결행한다면 분열은 훨씬 가속화할 것이다. 특히 경선과정에서 「반(反)이회창」 성향을 보였던 민주계 인사들의 동요가 클 것이다. 이는 나아가 연쇄반응을 일으켜 민정계 인사들의 보수연합 움직임을 촉발할 수도 있다. 여권 주변에 신당설이 나도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 여권의 변화는 야권에도 파급효과를 미쳐 정치권 전체가 대대적인 회오리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9월위기설」은 이같은 다양한 가능성을 전제로 한 것이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기까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여권은 현재 「태풍전야」라고 할 수 있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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