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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특집/일본은 어디로?]「아시아 맹주」 꿈꾼다

입력 | 1997-08-14 20:25:00


「코드명 5052」. 일본이 다음달 개정작업을 완료할 「신 방위협력지침(일명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작성될 美日(미일)간 극비 작전계획의 암호다. 이 계획은 전후(戰後)일본 방위정책을 크게 수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지난 6월 발표된 가이드라인 중간보고서는 「코드명 5052」에서의 일본 자위대의 행동반경을 종전의 「일본 침공시」에서 「일본 주변지역 비상사태시」로 크게 확대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일본 주변지역」은 직접적으로는 한반도를 의미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을 포괄하는 광역개념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 신패권주의 전주곡 ▼ 이는 지난 78년 구 방위협력지침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코드명 5051」과 크게 대비된다는 점에서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은 물론 아시아지역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5051」이 냉전당시 구 소련의 일본 침공에 대처한 군사작전계획이라면 「5052」는 냉전종식 후 아시아지역에서의 새로운 분쟁양상과 자위대의 역할증대를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패권주의」의 전주곡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의 핵심내용은 일본 주변지역 비상사태시 △경제제재 대상국 선박 임검 △분쟁지역에서 자국민 철수 △공해상에서 기뢰 제거 △미군에 대한 물자보급 및 수송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의가 아니더라도 분쟁에 깊숙이 개입, 일본이 안전을 위협받을 때 교전까지 이르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이는 과거 일본 방위정책의 대원칙이었던 「전수(專守)방위」가 막을 내리고 지역분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같은 방위정책의 일대 전환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지난 92년 유엔평화유지군(PKF)의 해외파병을 명시한 국제평화협력법을 제정한데 이어 94년 자위대법 개정을 통해 외국에서의 긴급사태시 자위대 수송기를 동원, 자국민 수송을 가능토록 했다. 지난달 캄보디아사태를 명분으로 패전후 처음 자위대 수송기를 태국에 급파한 것도 이에 따른 것이었다. 이어 95년 제정된 신방위계획대강(大綱)과 96년 미일 공동안보선언은 일본의 역내 안보질서와 국제공헌에의 적극 참여를 구체화했다. 일본 방위정책의 이같은 흐름은 냉전종식 이후 힘의 공백상태에 빠져 있는 아태(亞太)질서의 새 맹주(盟主)로 등장하겠다는 구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변국 시각이다. ▼ 이지스함 3척 배치 ▼ 이같은 의구심은 새 방위정책의 「버팀목」인 일본자위대의 막강한 전력에서 비롯된다. 아시아 최강을 자랑하는 해상자위대는 일본 군사대국화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해상자위대의 활동영역은 70년대 설정한 1천해리 해상교통로 확보선을 넘어 신 방위대강 이후 2천해리에 이르는 호주와 말라카해협까지 확장되고 있다. 일본 해군력의 상징은 금세기 최고의 전함으로 불리는 7천2백t급의 이지스함. 현재 3척이 실전배치됐으며 1척은 취역준비 중이다. 이지스함은 탑재된 첨단 전자방어체계로 적 폭격기나 미사일 등 1백개의 목표를 동시에 탐지 추적하며 사거리 1백㎞의 함대공 미사일로 12개의 목표를 일시에 격추시킬 수 있다. 현재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 뿐. 일본은 4척의 이지스함을 추가 건조할 계획이다. 미일 안보동맹에 의해 보유가 금지된 항공모함도 교묘한 형태로 건조됐다. 일본은 9천t급 대형 수송함 2척을 건조, 이중 1척이 내년에 취역할 예정이다. 유사시 비행갑판만 깔면 경항공모함으로 즉각 개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지스함과 함께 동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항모기동함대를 갖출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일본이 보유한 대잠초계기(P3C) 대수는 대한해협 등 주변해역에서의 「잠수함 사냥」에 충분할 정도다. 전세계를 커버하는 미국이 2백50대의 P3C를 가진데 비해 일본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98대를 확보하고 있다. ▼ 최첨단전폭기 생산 ▼ 항공자위대도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일본이 자체생산한 세계최강의 전투폭격기인 F15J와 F4EJ는 미국이 개발한 F15C/D 와 F4E에 비해 성능면에서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중조기경보기로는 4백80㎞ 공역의 적 항공기 움직임을 탐지할 수 있는 E2C 기종 13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성능이 보다 뛰어난 E767 기종 4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군사력의 질적 팽창과 함께 정보수집을 위한 방위청의 직제개편도 주목할 대목이다. 일본은 지난 1월 기존 육해공 자위대와 방위청 본부 및 통합 막료회의(합참) 등에 분산돼 있던 정보조직을 통합, 1천6백명의 거대조직인 방위청 정보본부(DIH)를 발족시켰다. 이로써 일본은 종전 미국에 의존했던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중요 군사정보를 독자적으로 수집 분석할 발판을 마련했다. 막강한 경제력을 배경으로 이미 아시아를 제패할 군사대국 능력을 갖춘 일본에 남은 과제는 평화헌법이라는 장애물을 걷어치우는 것 뿐이다. 그후 일본군사력이 어느 쪽을 겨눌지는 과거 역사에서 교훈을 찾을 수밖에 없다. 〈황유성기자·동경〓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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