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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인물탐구/부인 박영옥]『살림도 해본 사람이…』

입력 | 1997-07-24 20:00:00


朴榮玉(박영옥·68)여사는 언론에 나오기 싫어하기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말수가 적고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예단하면 틀린 생각이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청구동(행정구역으로는 신당4동) 김종필총재의 자택을 찾았을 때 박여사는 마치 10년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박여사는『여기자하고 인터뷰하기는 처음이라서 부담되네요』하면서도 생기있는 표정으로 거침없이 대화를 주도했다. ―이번이 두번째 대선도전입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정치란게 하면 할수록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 젊어서는 겁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앞뒤를 자꾸 재보게 되고 그래요』 ―하루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아침에는 총재 옷차림을 봐주는 게 큰 일이에요. 얼굴 화장은 전문가가 봐주고 있는데 옷은 제가 맡는다고 했어요. 괜히 젊은 사람 감각으로 「딴따라」처럼 만들어놓으면 안되잖아요』 박여사는 김총재의 옷차림 전략을 「관록있고 점잖으면서도 모던하게 보이기」라고 소개하며 『입혀주는대로 입지 않고 고집을 부려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박여사의 또 다른 주요 임무는 김총재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는 일이다. 저녁에 시내에 나가 가판(街版)을 직접 사다 읽고 빨간줄을 쳐 총재에게 건네줄 정도의 프로다. ―요즘에는 대통령 부인의 자질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졌습니다. 김총재는 어느 땐가 박여사를 「대통령부인을 할 수 있는 천부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고 평했더군요. 천부적인 능력이란 어떤 것입니까. 『그런 것 없어요. 그저 소리내지 않고 조용히 총재를 보살펴 드리지요. 충남 부여의 3개읍 16개면은 제가 맡아서 관리하고 있어요. 그리고 박대통령 시절 육영수여사와 함께 양지회 공화부인회 등 사회활동을 같이 하며 보고 배운 것은 있습니다』 ―그럼 박여사는 육여사 같은 내조형의 영부인을 머리에 그리고 계시군요. 『자꾸 육여사를 내조형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앞에 나서지 않았을 뿐이지 얼마나 일을 많이 하셨는데요. 자꾸 미국의 힐러리하고 비교해서 내조형이라고 하는데 육여사는 내조형이면서 동시에 활동형이었습니다』 ―김총재가 프로포즈하던 때를 기억하십니까. 『사람을 시켜서 쪽지를 보내왔어요. 영국 브라우닝인가 하는 시인이 쓴건데 「단 한번만이라도 단 한사람에게」로 시작하는 시였어요』 ―김총재와 살면서 「이 사람과 결혼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때는 언제인가요. 『정치하는 사람하고 사는 건 너무 힘들어요. 그렇지만 총재는 변함없이 절 아껴주고 마음을 써주시고 있습니다』 박여사는 잠시 기억을 더듬더니 정계를 떠나 지난 84년부터 3년간 미국에 머물렀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라고 말했다. 『총재가 기사노릇하고 제가 식모노릇하며 살았죠. 총재가 운전하고 제가 도로 표지판 봐가면서 여행도 하고…』 마지막으로 박여사가 싫어하는 정치 현안에 관해 물어봤다. ―김총재도 훌륭하지만 다른 후보들도 경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왜 반드시 김총재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살림도 해본 사람이 잘 하듯이 오래 경륜을 쌓아온 분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총재는 위기관리 능력이 있습니다』 박여사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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