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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머슴사장」 김종국-이용남씨의 비애

입력 | 1997-07-14 20:17:00


『나는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의 심부름꾼에 불과했다』 14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정치인 8명에 대한 3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金鍾國(김종국)전 한보그룹 재정본부장과 李龍男(이용남)전 한보철강사장이 「머슴 사장」의 비애를 토로하며 한 말이다. 김씨는 이날 『한 회사의 사장이 사과박스나 메고 다니는 것이 창피하기도 하고 그런 심부름 자체가 부담스러워 빨리 일을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사과박스에 현금 2억원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나중에 언론을 통해서 알게 됐다』며 『운전사나 비서들은 눈치가 빠르기 때문에 사장이 직접 상자를 운반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디스크로 고생중이던 김씨는 정장차림으로 「사과박스」를 들쳐메고 회사에서 자신의 집으로, 집에서 공항으로 또 공항에서 문시장의 집으로 운반해야 했다는 것. 김씨는 『「어차피 내 돈도 아닌데」하는 생각에 박스를 노끈이나 포장지로 싸거나 현금을 가방에 넣어 운반할 마음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항 세관 X레이에 적발될까봐 걱정하지 않았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도 『어차피 심부름인데 뭐…』라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고생끝에 문시장의 집에 찾아가 그가 건넨 말은 단 세마디. 『총회장의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이것을 전해드리라고 합니다』 『선거에서 승리하십시오』 나머지 정치인 7명에게 돈을 전달한 이씨는 정치인들에게 돈을 주러 갈 때 세일즈맨처럼 한보철강 당진공장의 「브리핑 차트」를 효과적인 「압력수단」으로 갖고 다녀야 했다. 이씨는 대가성여부를 따지는 피고인의 변호인측 추궁에는 『나는 심부름꾼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가성이 있는지는 받은 사람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답변했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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