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종확정한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제도 개편안」은 중앙은행의 독립과 감독기관의 일원화로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통화가치의 안정, 즉 물가안정에 전념하고 금융감독원은 은행 종금 증권 보험사 등 모든 금융기관들에 대한 감독을 맡게 됐다. 재정경제원은 금융분야와 관련, 거시정책만을 다루게 된다. 외형상 한국은행은 은행감독원을 내놓았고 재정경제원은 통화신용정책과 감독권 대부분을 포기하는 등 양기관이 크게 양보한 대신 신설 금감위는 막강한 금융권력부서로 등장하게 된 셈이다. 우선 통화신용정책은 재경원중심에서 한은중심으로 완전히 뒤바뀐다. 새로운 중앙은행제도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이 한은총재를 겸임하게 된다. 현행 제도는 재경원장관이 금통위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금통위는 일정분야의 행정권을 보유하지만 정부기구는 아니다. 이같은 금통위가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전권을 행사하므로 금통위와 산하집행기구인 한국은행은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난다는게 재경원의 논리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금통위의장겸 한은총재에겐 여러가지 책임도 따른다. 물가목표제가 도입돼 연간 물가목표를 특별한 이유없이 달성하지 못하면 해임될 수 있다. 또 재경원장관에게 의안제안및 재의요구권이 부여돼 재경원 입김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이밖에 한은의 경비성예산은 재경원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설되는 금융감독위원회와 산하 금융감독원은 총리산하 정부기구로서 △감독관련규정의 제개정 △금융기관 경영관련 인허가 △금융기관 검사와 제재 △증권 선물시장의 감시기능을 보유한다. 다만 재경원과 한국은행은 간접적으로 감독기능 일부를 유지하게 된다. 재경원은 금융관련 법령의 제개정 및 설립인가권을 보유하고 한국은행은 자료제출요구권, 특정분야의 검사 및 결과 송부요청권, 공동검사와 시정조치 요구권을 갖게 된 것. 하지만 검사 및 제재권이라는 감독수단을 금융감독원이 보유, 감독주체라는 당초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게 정부분석. 이같은 금감위는 오는 2000년 1월1일부터 감독청으로 재발족, 국세청과 비슷한 기구로 탈바꿈한다. 하지만 개편안을 자세히 뜯어보면 한국은행이 통화신용정책을 갖기 위해 감독권을 대부분 상실하는 비싼 대가를 치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재경원은 잡다한 업무는 금융감독원에 떠넘기고 핵심기능(법령 제개정, 설립인가권)을 보유, 현재의 조직과 기능을 대부분 유지한 모양새다. 재경원 금융정책실이 그간 수행한 업무는 대부분 이같은 핵심기능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경원은 통합예금보험기구를 산하에 두고 필요할 경우 금융감독기구에 검사를 요청하고 공동검사도 할 수 있다. 이번 금융개혁안의 추진과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지적도 많다. 막판에 재경원장관 한은총재 등 정책책임자가 단 두번의 밀실회동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 단적인 예. 게다가 1천5백명에 달할 금융감독원 직원의 정리문제, 한은 등 관련기관의 반발, 국회통과 등 「산넘어 산」이라는 지적이 많아 시행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