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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북한軍의 원조식량 탈취

입력 | 1997-05-31 20:13:00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민간인을 위한 원조식량으로 북한에 들어간 옥수수 5만t이 무장한 북한군인들에게 탈취됐다고 한다. 이 사건이 북한군의 계획적인 위장탈취인지, 굶주림에 시달린 일부 군의 돌발적인 탈취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위장탈취라면 우리가 우려한대로 원조식량을 군량미로 전용하기 위해 얄팍한 속임수를 쓴 것에 불과하다. 돌발적인 것이라면 金正日(김정일)의 확고한 장악에도 불구하고 군 지휘체제에 이상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그러한 탈취가 사실이라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굶주린 북한주민들을 돕겠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셈이 된다. 북한은 지난 95년에도 일부 원조식량을 군량미로 전용해 국제사회의 호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이번에 또다시 그같은 파렴치한 행동을 했다면 국제사회에 어떻게 얼굴을 들고 지원을 호소할 수 있겠는가.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거듭 약속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국제사회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이번 사건도 있는 만큼 원조물자의 분배투명성을 위해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 비록 민간차원이기는 하지만 지난달 남북적십자사의 북경접촉을 통해 북측은 국제적십자사의 북측지역내 분배과정 입회를 보장하기로 했다. 지원물품을 북한주민들에게 지정 기탁할 수 있는 원칙에도 합의했다. 북한은 이 기회에 정부차원의 투명성보장과 실천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 당국이 이제는 과감히 군비축소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연간 2백만∼3백만t의 식량이 부족한 북한은 총 군사비중 5%만 절약해도 1백90만t의 식량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 민간식량까지 탈취한다면 한심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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