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3년 이화여대 체육학과에 무용과목을 개설하고 63년 김활란총장과 함께 국내 최초로 무용학과를 창설한 때가 어제 같은데…』 대한무용학회 주최로 23, 24일 열리는 「한국의 춤, 세계의 춤」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오랜만에 고국을 찾은 1세대 무용가 朴外仙(박외선·82)씨. 불모지나 다름없던 해방전 우리 무용계에 모던발레와 현대무용의 씨앗을 뿌려 대학무용의 새 장을 연 선각자다. 여고시절 단체관람한 崔承喜(최승희)공연이 그를 평생 춤꾼으로 이끌었다. 그 길로 쫓아가 만난 최승희의 주선으로 30년 일본유학길에 올라 도쿄다카다세이코무용학교에서 발레와 현대무용을 배웠다. 36년에는 도쿄청년회관에서 趙澤元(조택원·작고)과 공동으로 창작무용발표회를 갖기도 했다. 일본 문예춘추 편집장이자 「모던 일본」이란 잡지를 발행하며 일본 문화계를 주름잡던 아동문학가 馬海松(마해송)씨를 만나 결혼한 때가 이무렵. 귀국후 53년부터 77년까지 이화여대교수로 재직하며 숱한 무용가를 키웠다. 陸完順(육완순) 洪禎禧(홍정희) 金福喜(김복희)씨 같은 한국의 대표적 무용가들이 모두 그의 제자다. 62년 마사 그레이엄의 무용기법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63년 최초의 무용이론서인 「무용개론」을 펴낸 것도 그다. 그는 정년퇴직후 장남인 시인 馬鍾基(마종기)씨가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동네 노인들을 대상으로 틈틈이 무용강습회를 열고 있다. 〈김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