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부정부패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척결하든 시비를 걸 사안이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대통령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으로 공직사회의 나사가 빠지고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는 상황에서는 강도높은 사정(司正)으로 공직기강을 새롭게 다잡아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벌이려는 사정작업은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국민의 시선을 딴곳으로 돌리려고 전격 사정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들이다. 무엇보다 사정의 시기와 대상 방향이 오해를 사기 좋게 돼있다. 지금은 한보와 金賢哲(김현철)씨 비리, 92년 대선자금 문제의 어느 하나도 깨끗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이다. 시중에서는 현철씨의 구속으로 대충 덮고 넘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런 때에 대대적 사정 방침이 전해지니 국면전환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잖아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한보와 현철씨 비리 및 대선자금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려다 이를 번복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들린다. 92년 대선자금의 경우 국민앞에 어떻게 설명하든 의혹이 속시원히 걷히기 어려운 만큼 이를 건드리기 보다 특유의 「정면돌파」방식으로 사정카드를 뽑았다는 말도 있다. 사실이라면 잘못 생각한 것이다. 사정바람이 아무리 거센들 이미 제기된 의혹을 덮어주지 못한다. 자칫 정국혼란만 가중시킬 수도 있다. 일단 사정대상으로 떠오른 사람들이 대개 야당인사라는 점도 석연치 않다. 비리혐의가 확인되면 누구든 법대로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보도되는 대상자가 야당일색이어서 「표적(標的)사정」 「편파 사정」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된다. 사정당국은 오랫동안 내사(內査)활동을 벌여 사법처리 대상자를 선별했다고 하지만 여당보다 야당소속 자치단체장이나 정치인들만 거론되니 형평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비리공직자 처벌까지 여야 구색을 맞출 수는 없다. 소속정치인들이 대거 사정대상에 포함됐다고 해서 정권퇴진론까지 들먹이며 반발하는 야당의 태도는 그런 측면에서 옳지 않다. 그렇지만 사정당국은 야당의 반발이 이유 있다는 세간의 여론도 읽어야 한다. 정부가 그동안 강도높은 개혁사정을 펼 때도 권력 핵심부 그늘에서 사복(私腹)을 채운 사람들이 적지않았다는 사실을 국민은 잊지 않고 있다. 야권만 건드리는 인상을 준다면 이 정부가 내세운 부정부패 척결은 그 의미 자체가 훼손된다. 사정은 공정하고 엄정 투명해야 한다. 부정부패척결 이외의 어떤 의도도 끼여들어서는 안된다. 곤경을 피하는 방편으로 사정을 이용해서도 안된다. 김대통령은 임기 마지막이 될 이번 사정작업을 정말 사심없이, 오로지 국가기강을 바로잡겠다는 결의로 지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