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언니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늘 그리운 언니 형부 조카를 만나보기 위해 올 여름 아들과 함께 미국에 갈 계획을 세웠다. 여권을 만들고 비자발급 서류를 준비하면서 한껏 부풀었다. 남편은 2년전 실직, 이곳저곳 일자리를 옮겨다니다 보니 지난 1년간의 소득에 대한 근거서류를 만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 명의로 10년전부터 어린이놀이방을 운영,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없이 지내왔다. 그래서 놀이방신고증 교사자격증 재산세 납세증명서를 제출했다. 기다리던 인터뷰 날짜가 됐다. 설렘과 긴장감을 안고 대사관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질서가 엄격했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대사관 안으로 들어갔다. 두꺼운 유리벽 안에 영사가 앉았고 그 옆에는 통역하는 사람이 있었다. 내 차례가 돼 유리벽 앞에 섰다. 그런데 영사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내 여권과 아들 여권을 내동댕이치듯 던지는 게 아닌가. 『남편의 소득근거를 가져오세요』라는 통역의 말과 함께. 영사는 어떠한 이야기도 들어보려는 자세가 아니었다.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하고 되돌아 나오며 너무도 자존심이 상했다. 아들에게도 상처를 주어 마음이 아팠다. 기현미(인천 서구 가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