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스물일곱에 첫 음반. 작사 작곡과 프로듀싱까지 미국에서 스스로. 거느린 연주자들은 세계정상급 26명. 이쯤되면 「거사」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음반의 주인은 여가수 하니(본명 허은주)다. 한달전 데뷔곡 「세가지 소원」으로 방송을 타자마자 곧장 PC 통신에서 「하니 궁금증」을 일으킨 주인공.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영어음반까지 마무리한 뒤 19일 귀국했다. 『어릴 때부터 간직해온 파라다이스의 꿈을 담았어요』 하니의 파라다이스는 행복과 사랑, 자유가 넘치는 곳이다. 음반은 노래로 읽는 동화다. 머리곡 하나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서술적 구조를 가졌다. 한국 여가수가 이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가진 컨셉 음반을 발표하기는 처음. 꿈이야기는 이렇다. 마법으로 힘을 얻었으나 잘못 휘두른 탓에 병속에 갇혔고 그 속에서 세가지 소원을 빈 끝에 아름다운 세상을 찾는다는 것. 「힘 그리고 작은 신화」 「잃어버린 자유」 「병속의 요정」 「머나먼 길」 「Tiny Heaven」 「세가지 소원」 「아름다운 세상」 등의 수록곡이 그 이야기를 이어간다. 부산사대부고를 졸업한뒤 서울에서 10여년간 그저 그런 노래생활을 한 하니는 96년 3월 미국으로 건너갔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뭔가를 이룰 수 있는 곳」이라는 이유로. 처음 동양의 이 여인은 그저 호기심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녀는 앨범에 관한한 철두철미한 전략이 서 있었다. 원하는 사운드도 머릿속에 있었고 그에 따라 기타 드럼 베이스 등 연주자도 「지정」해 두었다. 말은 안통했지만 음악으로 교감하면서 그룹 「오지 오스본」의 프로듀서 존 퍼델, 「미스터 빅」의 드럼연주자 팻 토피, 유명 기타리스트 마티 프리드만, 키보드연주자 데이빗 가필드 등을 「하니의 꿈」에 모을 수 있었다. 하니의 음색은 고정되지 않는다. 급류를 타는 듯하다가 바람 한 점 없는 대양의 적막으로 이어진다. 섹시함과 공격성 서정성이 앨범 곳곳에서 뜬금없이 나온다. 하니는 영어 음반을 들고 현재 미국에서 메이저 음반사와 접촉중이다. 성사된다면 한국 가수로서는 첫 기록. 하니가 미국에서 쌓은 성취가 가볍지 않다. 한국 가요계도 하니의 등장을 반긴다. 수년동안 바닥에 가라앉았던 여가수 바람이 일고 있고, 하니도 기대주로 떠오른다. 하니는 『파라다이스를 간직한 이들과 꿈을 나누고 싶다』며 팬클럽 연락처를 알려준다. 02―599―0712 〈허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