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賢哲(김현철)씨가 알선수재 및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된 뒤 대검 중수부 수사관계자들은 『정말 힘든 전투였다』고 그동안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무엇보다 수사팀을 힘들게 만든 것은 한달여에 걸친 현철씨의 비자금 색출작업. 현철씨가 스스로 개설한 차명계좌만 10여개, 李晟豪(이성호) 朴泰重(박태중)씨 등 측근에게 위탁관리한 차명계좌만도 1백30여개가 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철씨의 돈세탁이 「수표―현금―수표―현금」방식으로 수차에 걸쳐 이루어졌기 때문에 계좌추적이 더욱 힘들었다는 것. 검찰관계자는 『현철씨 비리수사에 대한 검찰수뇌부의 지시가 떨어진 지난 3월12일 수사팀이 갖고 있던 정보는 겨우 신문기사를 스크랩한 것이 전부였다』고 수사초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검찰은 일단 박태중씨의 계좌를 모(母)계좌로 보고 추적을 시작했다. 자금추적팀에는 대검중수부3과 李勳圭(이훈규)과장과 盧官圭(노관규)검사, 李光浩(이광호)李悳熙(이덕희)林采均(임채균)수사관, 은행감독원 직원 5명, 국세청 직원 3명 등 13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박씨 계좌가 있는 금융기관의 각지점을 모두 뒤졌다. 박씨 계좌에서 입출금된 수표의 앞뒷면이 찍혀 있는 마이크로필름, 입출금 전표, 예금원장 등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며 수표를 추적해나갔다. 그동안 찾아다닌 금융기관은 80여개, 방문횟수는 3백여회를 넘었다. 4월초 드디어 이성호씨와 한솔제지 趙東晩(조동만)부사장의 씨엠기업에 숨겨져 있던 비자금계좌가 발견됐다. 수사는 급진전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씨 계좌에 입금된 두양그룹 金德永(김덕영)회장에 대한 조사는 뜻밖의 소득을 가져다 주었다. 김회장을 추궁한 결과 『신한종금 반환소송과 관련해 돈을 주었다』는 진술을 처음 받아낸 것. 그러나 검찰은 비자금규모는 대충 밝혀냈지만 조사받은 기업인들이 대부분 『대가성은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대가성 입증이 쉽지 않았다. 딜레마에 빠진 검찰을 구해준 「묘약」이 바로 증여세포탈죄였다. 이훈규과장은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사법처리할 수 있는 이 혐의를 생각해 내고검사 3명을 투입해 법률검토 작업을 벌였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번 수사의 일등공신은 일일이 발로 뛴 수사관들과 증여세포탈 혐의를 찾아낸 이과장』이라며 『이들의 노력이 없었으면 열심히 수사하고도 1차수사 때처럼 축소은폐수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