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37〉 나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만약 우리가 알라의 도움으로 이 성채에서 탈출하게 된다면 해변에서 만나기로 합시다. 거기서 우리는 나무토막들을 모아 뗏목을 만듭시다. 알라의 도움이 있다면 조수를 타고 우리는 이 섬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이윽고 땅거미가 지자 검둥이 괴물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날도 놈은 우리들 중 하나를 골라 구워 먹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돌걸상에 나자빠져 천둥같은 소리로 코를 골아대기 시작했습니다. 놈이 잠든 것을 확인한 우리는 일을 착수했습니다. 한쪽에서는 불을 피우기 시작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두 개의 쇠꼬챙이를 옮겨 불 속에 집어넣었습니다. 세차게 타는 불 속에서 쇠꼬챙이는 숯불처럼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충분히 달아오르자 우리는 그것을 거인이 잠들어 있는 돌걸상 위로 옮겼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작전이었습니다만 마침내 우리는 잠들어 있는 거인의 두 눈에다 쇠꼬챙이들을 박아넣는데 성공했습니다. 놈의 눈에 쇠꼬챙이가 박히는 순간은 정말이지 대단했습니다. 놈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눈에 박힌 쇠꼬챙이를 뽑아 내었습니다. 그것을 뽑아내자 그 무시무시한 눈알도 함께 뽑혀나오고 말았습니다. 놈은 몹시 고통스러운지 두 손으로 눈을 움켜쥔 채 땅바닥을 마구 뒹굴었습니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미친 듯이 손을 내저으며 우리를 붙잡으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놈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 성채 구석으로, 돌걸상 밑으로, 화덕 뒤편으로 우르르 몸을 숨겼습니다만, 개중에 몇 사람은 미처 놈의 손길을 피하지 못하여 목이 부러지고 허리가 부러지는 참사를 당했습니다. 그러나 놈은 두 눈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우리들 대부분을 놓쳐버렸습니다. 헛되이 손을 내저어대던 거인은 분을 참지 못하겠는듯 마구 주먹질을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성문에다 대고, 때로는 성벽에다 대고 마구 주먹질을 해댔습니다. 그 바람에 성문이 부서지고 성벽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한참 동안을 광란하던 거인은 이윽고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그가 사라지자 몸을 숨기고 있던 우리는 부서진 성문 틈으로, 혹은 무너진 성벽을 넘어 탈출하였습니다. 저마다 알라께 감사를 드리면서 말입니다. 괴물의 성채로부터 탈출한 우리는 해변으로 모여들었습니다. 해변에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통나무와 널빤지들을 주워모았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엮어 뗏목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뗏목이었지만 그것이라도 타고 일단은 이 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마침내 뗏목 하나를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장님이 된 채 사라졌던 거인이 뜻밖에도 또 다른 거인 하나를 데리고 돌아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새로운 거인은 장님이 된 거인 이상으로 더럽고 소름이 끼치는 괴물로서 눈알은 시뻘건 숯불처럼 이글거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자 우리는 뗏목을 바다로 밀어내고 그 위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는 필사적으로 노를 저어 바다로 나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