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찬 제비' 曺薰鉉 9단이 제철을 만난듯 힘찬 날개짓을 계속하고 있다. 타이틀을 연거푸 입에 물고 창공을 비상하는 모습이 날렵하고 경쾌하다. 한국바둑의 간판스타인 曺9단. 그는 올봄들어 잇따라 타이틀을 따내며 일인자 자리를 또다시 넘보고 있다. KBS바둑왕 타이틀을 劉昌赫 9단에게서 회수한 데 이어 8일에는 李昌鎬 9단이 3년째 갖고 있던 SK텔레콤배 배달왕기전도 손에 넣었다. 이로써 曺9단은 6관왕에 등극했다. 그는 국제기전인 동양증권배를 비롯해 기왕,패왕,비씨카드배,KBS바둑왕,배달왕기전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때 전관왕을 노렸던 李昌鎬 9단은 8관왕에 그치게 됐다. 曺9단은 李昌鎬 9단에 대한 그간의 열세를 크게 만회했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모으고 있다.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올들어 두 기사가 격돌한 것은 14번. 이 가운데 曺9단은 7번을 이기고 7번을 졌다. 즉 팽팽한 접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더우기 세 번의 타이틀전에서는 한개를 내주고 두개를 빼앗아 우위를 보였다. 그리고 두 기사간 통산전적도 87승 1백22패로 曺9단이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이번 배달왕기전은 曺9단이 李9단에 당했던 역전패의 쓰라림을 깨끗이 털어냈다는 점에서도 특기할만 하다. 曺9단은 지난해말 제40기 국수전에서 2연승후 3연패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바 있다. 이번 배달왕기전은 曺9단과 李9단이 1승1패를 주고 받으며 최종국까지 이르게 됐고, 이 막다른 길에서 曺9단이 멋진 불계승을 이끌어냄으로써 역전패의 상처를 李9단에 돌려주었다. 사실 曺9단은 '90년대 들어 內제자인 李9단에게 잇따라 국내 타이틀을 내주며'94년 한때는 무관으로 전락한 바 있다. 李9단의 기세에 눌려 오금도 못편채 눈치만 살펴온 셈. 게다가 국제기전 타이틀 역시 '94년 후지쓰배 이후 한 차례도 차지하지 못한 가운데 올해를 맞았다. 올들어 曺9단의 활약은 눈부셨다. 지난해에 기왕과 패왕, 비씨카드배에 머물렀던 그는 국내기전 두 개를 따내고 동양증권배 기전마저 우승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재기에 성공했다. 주목되는 것은 曺9단이 타이틀을 앞으로 얼마나 더 획득할지의 여부이다. 李昌鎬 9단이 주춤하고 있는 데다 劉昌赫 9단도 잠시 호흡조절을 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타이틀 추가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