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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탤런트,그들 있음에 빛나는 스크린

입력 | 1997-04-30 07:56:00


중년들이 화려한 부활을 꿈꾼다. 「새로움」 「새 맛」만 풍미하는 요즘, 중견들의 자리는 비좁기 짝이 없었다. 변화는 TV에서부터 왔다. 고부간 부부간의 이해와 사랑을 그린 MBC 특집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안방을 눈물로 적시고 KBS 「바람은 불어도」, SBS 「형제의 강」 등 가족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중견들의 세련된 연기는 돋보였다. 20대 관객을 대상으로 「젊은 영화」만 만들어왔던 충무로에도 「커리어 바람」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개봉했거나 개봉 예정인 영화들에서 박근형 주현 오지명 등 남자 중견탤런트들이 주연으로 등장, 젊은세대 뺨치는 「중년남자 만세」를 외치고 있다. 10여년만에 영화 「박대박」에 출연한 주현(54)은 소년 같은 엉뚱함과 장난기를 지녔지만 아들에 대한 사랑 만큼은 누구보다 깊은 홀아버지 역을 맡아 폭소탄을 터뜨린다. 그의 스크린 등장은 「비정시대」 「깃발없는 기수」 등 젊은이들은 기억도 못할 반공영화 전성시절, 인민군 장교와 같은 사나운 역이 주였다. 『오랜만에 영화를 해보니 예전보다 기술과 시스템이 굉장히 현대화했다』는 것이 주현의 소감이다. 최근에도 많은 영화를 찍었지만 조연의 한계를 벗지 못했던 박근형(57)은 다음달 10일 개봉할 영화 「아버지」(원작 김정현)에서 주인공으로 우뚝 선다. 암 투병을 하는 아버지 역을 실감나게 연기하기 위해 연기생활 30여년만에 처음 부분삭발을 감행했다. 가발을 준비해놨던 제작진은 박근형의 고집에 『역시 대연기자는 다르다』고 감탄했다. 비정한 정치인이나 기업가가 트레이드마크였던 박근형은 주현과 마찬가지로 지난해부터 TV드라마에서 「마음으로 우는」 아버지 역을 준비해왔다. 그는 『38년 전 연극무대로 출발해 연기가 뭔가를 알기까지 온갖 어려움과 서러움을 겪었다』며 『요즘 젊은 배우들은 너무 빨리 스타가 되고 쉽게 사라진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오박사네 사람들」 등 TV시트콤으로 「웃기는 탤런트」의 선봉에 섰던 오지명(57)도 지난달 개봉한 영화 「똑바로 살아라」에서 사기꾼 장사기 역으로 순발력 넘치는 코믹 연기를 보여줬다. 「아버지」의 제작자 시네비전 고동훈사장은 『중견들이 출연하는 영화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감동을 줌으로써 세대간의 단절을 극복하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연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