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수출부진의 늪에서 간신히 벗어나 희미한 불빛을 보는듯한 느낌입니다』(삼성물산 수출담당 부장) 수출이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철강 등 주요 수출품목의 국제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수출물량도 꾸준히 늘어난다. 경기회복의 신호탄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달들어 26일까지의 수출실적은 작년 같은기간보다 10%가량 늘었다. 수입은 3% 증가에 그쳤다. 지난 1.4분기(1∼3월)중 작년동기보다 5.5% 감소하는 등 맥을 못추던 수출이 올들어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것. 월별 수출추이를 보면 반도체가격이 급락한 작년4월 한자릿수 증가율(4.7%)로 떨어지고 작년7월(5.6% 감소)이후 두달을 빼고는 감소행진을 해왔다. 수출에 다시 힘이 붙기 시작한데 대해 통상산업부 관계자는 『이달부터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등 주요품목의 수출이 눈에 띄게 되살아 나고 있다』며 『올해 무역수지적자는 당초목표인 1백40억달러선 방어가 무난할 것같다』고 예상했다. 통산부측은 『실적이 가장 나쁜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은 올들어 회복기미를 보여 꾸준한 신장세를 유지하고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반도체 이외의 수출실적은 전년대비 4.4% 늘어나 1∼2월의 2.2% 증가에 비해 호전됐다. 반도체 수출 감소율도 1∼2월 43%에서 3월에는 36.9%로 다소 완화됐다. 수출액만이 아니라 환율과 수출가격 등 교역조건도 나아지고 있다. 지난달까지 급등락으로 외환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던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도 이달초부터 8백90원대에서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4월중 수입물가가 3월에 비해 1.2% 상승에 그쳤다. 반면 수출물가는 2.1%가 올라 수출품목 채산성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16램의 현물시장가격이 지난3월말 9.5∼11달러까지 올랐다가 지난19일 8.3∼9.3달러까지 떨어져 업계가 긴장했으나 하순들어 다시 8.6∼9.5달러로 올랐다. 철강은 올해 전세계 조강생산량이 작년보다 3% 증가하고 소비량은 3.3% 늘어 철강재 가격이 꾸준히 오를 전망이라고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예측했다. 이처럼 수출을 비롯한 각종 경기지표가 개선조짐을 보이자 그동안 △기업체 부도행진 △소비위축 △재고누증 △실업급증으로 대표되는 경기불황국면에 마침표를 찍고 경기회복으로 접어들지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살아나고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3월중 국내경기가 이미 바닥을 쳤으며 완만하게나마 회복국면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통계청도 『재고율 지수가 이미 바닥에 접근했고 경기선행지수가 회복세로 돌아섰다』며 『2.4분기(4∼6월)중 경기가 저점을 지날 것이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올 가을에야 경기가 바닥에 이르러 회복세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보다는 희망적이다. 그러나 경기회복 선언에 대한 신중론도 여전히 강하다. 嚴峰成(엄봉성)KDI 선임연구위원은 『일부품목의 수출이 다소 증가한 것은 국내업계의 경쟁력 향상 노력에 따른 것이 아니라 국제시장 상황이 좋아진데 힘입은 것』이라며 『외부요인에 의한 수출호전이 곧바로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丁文建(정문건)삼성경제연구소 상무도 『작년4월 반도체가격의 급락이후 수출실적이 워낙 나빴기 때문에 올4월은 작년에 비해 호전되는 것처럼 보이는것』이라며 『통계에 현혹되지 말고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구조조정작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부진때 모처럼 구조조정을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수출회복기미가 나타난다고해서 다시 구조조정을 팽개치고 단기적 수출증대쪽으로 전략을 되돌려서는 안된다는 지적들이다. 申元植(신원식)무역협회 이사는 『일시적인 교역조건 개선으로 수출이 회복된다고 해서 자체의 경쟁력 강화 노력을 게을리하다가는 언제 또다시 수출이 곤두박질할지 모른다』며 『불황기인 지금 고비용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반도체 등 일부품목에만 의존하는 취약한 수출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한 종합상사 임원은 『정부는 수출량 통계수치에 울고 웃지말고 금리 임금 환율 등에서 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도록 머리를 짜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