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사월혁명과 동아사이클

입력 | 1997-04-20 20:08:00


▼1920년대 嚴福童(엄복동)은 자전거 한대로 식민지 시절 우리 민족의 한과 울분을 달래 주었다. 그 무렵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자전거 경주였다. 해마다 봄 가을 두번씩 지금의 서울 장충체육관 자리에서 열린 대회에는 구름같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빨간 유니폼을 입고 달렸기 때문에 멀리서도 돋보였던 엄복동은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늘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경주법은 당시로선 아주 특이했다. 그는 중간그룹에 끼여 달리다 마지막 한바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갑자기 엉덩이를 치켜 올린 뒤 빠른 발놀림으로 선두그룹을 제치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를 익히 알고 있는 우리 관중석에서는 그가 마지막 스퍼트를 위해 엉덩이를 세우면 『올라간다』는 함성과 함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일본측은 그를 누르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자전거 영웅 엄복동이 일제시대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우는데 기여했다면 4.19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본사가 창설한 동아사이클대회는 군사정권 하에서도 민주주의의 염원을 향해 끝없이 달려온 뜻깊은 스포츠행사다. 4.19란 말을 꺼내는 것조차 막으려 했던 암흑의 시절에도 행사는 이어졌다. 요즘처럼 스포츠가 다양화 일상화하지 못했던 시절 은륜(銀輪)이 지나는 길목은 축제마당이었다 ▼68년에 시작된 이 대회가 올해로 30회째를 맞는다. 오늘 경주를 출발해 경기 가평까지 9백여㎞를 달리게 된다. 차량의 홍수로 자전거타기가 힘들어지면서 사이클에 대한 관심도 전과 같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프랑스일주대회와 함께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봄이다. 사이클 선수단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봄의 싱그러움도 느낄 겸 잠시 짬을 내어 젊은 건각을 격려하는 것도 괜찮겠다.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