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長燁(황장엽)씨가 20일 서울에 도착함으로써 그가 풀어 놓을 「정보 보따리」에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국내의 친북(親北)인사에 관한 정보, 즉 「황장엽리스트」가 실재할 경우 엄청난 파문이 예상되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신한국당 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서 황장엽리스트를 거론, 물의를 빚었던 鄭亨根(정형근·전안기부차장) 신한국당 정세분석위원장은 20일 『황씨는 북한의 핵개발계획과 핵무기제조능력 등 극비사항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인물』이라며 큰 기대감을 보였다. 관계당국은 우선 황씨가 북한의 통치이념이었던 주체사상을 체계화한 장본인인데다가 金日成(김일성) 金正日(김정일)부자 2대에 걸쳐 밀접한 인간관계를 맺어온 만큼 그동안 입수가 어려웠던 북한 권력핵심부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또 김정일에게 「제왕학(帝王學)」을 가르친 사실상의 가정교사였고 김정일의 두번째 처인 김혜숙을 중매하기까지 한 사이. 따라서 외부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김정일의 통치스타일이나 성격 등 신상문제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김정일의 권력승계 문제 △군부의 동향 △북한의 정책결정 과정 △김일성 사망의 정확한 경위 △미―북한간의 물밑접촉과정 등 가치있는 「포괄적 정보」가 광범위하게 얻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의 측근인 金德弘(김덕홍) 전여광무역총사장으로부터도 북한의 대(對)러시아 인력송출이나 외화사정, 대외(對外) 무역실태 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기대다. 다만 황씨는 이론가로서 주로 당(黨)의 국제관계를 책임졌던 「얼굴마담」이었기 때문에 황장엽리스트나 핵개발계획 같은 최고급 정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그의 망명직전 황씨와 만났던 인사들도 『황씨가 「최근 일년간 김정일을 공식석상에서 한번밖에 만난 일이 없다」고 소외감을 토로하는 것을 들었다』며 이같은 견해에 동조하고 있다. 〈이동관기자〉